문제는 경제, 기술이 답이다
2019.09.29 17:13
수정 : 2019.09.29 17:13기사원문
현재의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도 기업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반전이 쉽지 않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가성비에 밀리고 독일과 일본의 기술에 밀린다. 현 문제의 본질 파악과 이에 대한 해결책이 시급하다. 많은 논점이 있을 수 있겠으나 우리 경제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글로벌 경쟁력 약화가 근본적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 통하는 제품 혁신, 제품과 서비스의 융합 등 비즈니스모델 혁신을 위해 필수적 기술혁신이 미흡하다. 미·중 무역전쟁, 한·일 갈등도 그 핵심에는 기술경쟁이 있고, 당면한 경제회복은 물론 4차 산업혁명의 파고를 넘기 위해서도 기술혁신에 의한 글로벌 기술경쟁력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연구개발(R&D) 투자 확대가 중요하다. 기술은 장기간의 투자와 축적의 산물이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나라의 R&D 투자에 대한 정확한 상황인식과 이에 기반을 둔 정책적 지원이 시급하다.
우리나라가 R&D 투자는 많이 하는데 성과가 부족하다는 게 세간의 지적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비율이 작년 4.5%로 세계 1위라는 점이 그 근거인데, 여기서 오해가 시작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나라의 전 산업에 걸친 경쟁구도를 감안할 때 GDP 대비 R&D 투자비율도 의미가 크지만 R&D 투자 절대금액이 더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R&D 투자 절대금액은 미국의 16%, 중국의 18%, 일본의 48%, 독일의 75%에 불과해 절대적 열세다. 우리 산업구조가 일본과 유사하다는 점과 세계 시장에서의 일본과의 경쟁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R&D 투자 절대금액을 최소 일본 수준인 현재의 2배가량으로 확대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2020년 정부 R&D 예산으로 전년 대비 17.3% 증액된 24조1000억원이 편성된 것은 적절한 조치다. 물론 많은 지적을 받고 있는 정부 R&D 투자의 효율성 문제는 획기적이고 지속적인 개혁이 요구된다. 다만 우리의 상대적으로 짧은 정부 R&D 투자 역사와 미흡한 기술축적을 고려, 더 중장기적 안목의 지속적 투자와 도전적 R&D문화 조성이 필요하다.
민간의 R&D 투자 확대도 시급하다. 우리 민간 R&D 투자를 살펴보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에 집중돼 있고 중소·중견기업은 R&D 투자가 절대적으로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 제조 중소기업의 평균 R&D비 투자가 매출액의 1.3%, 제조 중견기업이 1.4%에 불과해 글로벌 수준에 도달하려면 최소 2배의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R&D 투자에 대한 정부의 과감한 세제지원 확대, 기술금융 활성화, 국가출연연구원 및 대학의 기업과제 비중 목표관리 등 획기적인 민간 R&D 투자 확대정책이 시급하다.
문제는 경제이고, 기술이 답이다. 다시 뛰자, 대한민국!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석좌교수·前 중소기업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