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조국사퇴 수용 배경은…檢개혁 일단락·지지율 하락
2019.10.14 16:05
수정 : 2019.10.14 16:05기사원문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김세현 기자 = 조국 법무부장관이 14일 전격 장관직 사퇴의사를 밝힌 가운데 조 장관의 사의표명을 수용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이 주목된다.
조 장관은 이날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사의표명을 했다.
이는 검찰·사법개혁 완수에 관한 동력이 어느 정도 마련됐다는 자체판단과 함께,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계속된 지지율 하락이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조 장관의 사퇴는 조 장관 개인의 결심이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청와대 전언이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 장관의 사퇴가 청와대 뜻인가, 본인의 뜻인가'라는 질문에 "장관의 결심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뉴스1과의 통화에서 "조 장관의 사퇴 판단은 본인이 한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조 장관을 장관 후보자로 지명할 때부터 조 장관을 둘러싼 찬성·반대집회가 연이어질 때까지 그를 신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법조인 출신인 문 대통령은 그와 그의 가족에 대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 장관을 해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봤고 특히 국민들의 검찰·사법개혁 열망을 실현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봤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조 장관을 임명하면서 "본인이 책임져야할 명백한 위법행위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다면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고도 했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조 장관의 사퇴 결심을 수용한 배경에는 '조국 정국'이 더 이어질 경우, 향후 국정운영이 힘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도 위험해질 것이라는 참모진 및 민주당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근래 청와대 안팎으로는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현 난국 타개를 위해 초(超)진영적으로 사회원로들의 의견을 취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바 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도 조 장관의 사퇴를 두고 심도깊은 논의를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이 총리는 그간 원로 등을 통해 들은 여론 수렴 결과를 문 대통령에게 풀어놨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앞서 이 총리는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조 장관에 대한 해임을 건의할 것이냐'는 취지의 이헌승 자유한국당 의원 질문에 "훗날 저의 역할이 무엇이었던가 하는 것은 자연스레 알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는 등 조 장관 사태를 다소 탐탁지 않은 눈길로 바라보는 듯한 분위기를 보여왔다.
더구나 최근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지지율은 심상치 않았다. 당장 이날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조사해 발표한 10월2주차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도 긍정률은 41.4%로 취임 후 최저치로 나타났다. 30%대 지지율이 코앞으로 다가왔던 셈이다.
민주당 지지율 또한 35.3%로 2주 연속 하락해 올해 3월 2주차(36.6%)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이상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에 전날(13일) 조 장관까지 참석한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 검찰·사법개혁안이 속도감 있게 정리된 것도 조 장관의 퇴진을 위한 수순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정치권 안팎에선 검찰·사법개혁을 하루속히 완료하고 조 장관을 퇴진시킴으로써 개혁완수 및 조국 정국을 마무리짓는 '조국 명예퇴진설'이 돈 바 있다.
지난 13일 고위 당정청협의회에서는 '조 장관표 검찰개혁'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검찰 특별수사부 축소 개편안이 14일 조 장관의 구체적인 발표를 거쳐 15일 국무회의 의결을 밟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과 검경수사권 조정안은 이달 말 사법개혁특별위원회를 통한 국회 본회의 상정 등의 방안이 모색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14일) 수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저는 조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환상적인 조합에 의한 검찰개혁을 희망했다. 꿈같은 희망이 되고 말았다"면서도 "그러나 결코 헛된 꿈으로 끝나지는 않았다. 검찰개혁에 대한 조 장관의 뜨거운 의지와 이를 위해 온갖 어려움을 묵묵히 견디는 자세는 많은 국민들에게 다시 한 번 검찰개혁의 절실함에 대한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검찰개혁의 큰 동력이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법무부는 오늘 발표한 검찰개혁 과제에 대해 10월 안으로 규정의 제정이나 개정, 필요한 경우 국무회의 의결까지 마쳐주기 바란다"고 했다. 전날 고위 당정청협의회 결과의 골자다.
조 장관의 사의표명은 청와대 내 핵심·고위층 인사들 사이에서만 파악됐던 것으로 보인다. 일부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날 점심을 급히 마치고 업무에 복귀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