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클 삼성’ 50년만에 글로벌리더로

      2019.10.30 18:08   수정 : 2019.10.30 18:11기사원문
'격동의 50년, 논두렁에서 초일류기업이 탄생하다.'

1969년 경기 수원시 매탄동은 산과 논, 과수원들이 즐비한 촌락이었다. 농지와 농가들이 있던 이곳에 향후 한국 경제를 뒤흔들 작은 TV회사가 들어선다.

바로 삼성전자다.

삼성전자가 다음달 1일 창립 50돌을 맞는다. 원래 창립일은 1월 13일이었지만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주식회사'를 합병한 11월 1일을 기념해 지금의 창립기념일이 됐다.
창립 당시 흑백TV를 만들던 작은 전자회사는 반세기를 거치며 반도체, 디스플레이, TV, 가전, 휴대폰을 아우르는 세계 최대 종합전자회사로 우뚝 서는 신화를 썼다.

■반세기, 기록의 성장사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50년 성장사는 그야말로 기록의 연속이다. 이병철 창업회장이 설립한 삼성전자공업은 종업원 36명에 자본금 3억3000만원으로 첫해 매출은 3700만원에 불과했다. 당시 LG전자의 전신인 금성사 매출이 117억원이었던 걸 고려하면 중소기업이나 다름없었다.

삼성전자의 산실인 흑백TV도 초기에는 초라하기 짝이 없었다. 삼성산요전기 흑백TV를 파나마에 처음 수출한 1972년에도 매출은 18억4000만원에 그쳤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이 243조7000억원인 것과 비교하면 13만배 성장한 셈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평가지표인 브랜드 가치도 수직상승했다. 1990년대까지 순위권에조차 들지 못했던 삼성전자는 인터브랜드 기준 2000년 43위(52억달러)를 시작으로 매년 성장해 올해 6위(611억달러)까지 올라섰다. 한국을 넘어 아시아권에서 유일하게 브랜드 가치 10위 이내를 유지하는 게 삼성전자다.


삼성의 괄목할 성장에는 오너 경영인들의 중요한 경영선언이 깔려 있다는 게 경제계의 평가다.

이병철 선대회장이 1983년 2월 일본 도쿄에서 반도체산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한다고 발표한 '도쿄 선언'을 계기로 반도체부문은 빠른 발전을 이뤄냈다. 특히 세계 D램 시장이 최악의 불황기를 맞은 1986년 이병철 선대회장은 세번째 생산라인 착공을 서두르라고 지시했으며 3년 뒤 D램 시장의 대호황으로 과감한 선제투자가 빛을 발했다.

1987년 경영권을 물려받은 이건희 회장은 1993년에 밝힌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신경영'시대를 열었다. 당시 경영진을 소집해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꿔라"며 고강도 혁신을 주문한 건 우리 경제계에 널리 회자되고 있다.

3대 총수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은 5세대(5G)와 인공지능(AI), 바이오, 전자장비에서 백년기업을 향한 또다른 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향후 3년간 180조원의 대규모 투자를 발표하고 이들 4대 분야 중심의 미래성장전략을 제시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달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를 방문한 자리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로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야 한다"며 "철저하게 준비하고 끊임없이 도전해 꼭 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1위만 12개…삼성이 곧 세계화

삼성전자의 50년 성장사는 수많은 세계 1위 제품들과 함께했다. 삼성전자는 현재 12개 분야에서 세계 1위 제품을 보유하고 있다.

핵심인 메모리반도체는 초격차 전략을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1993년 D램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후 27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해 기준 D램 시장 점유율은 IHS마킷 기준 42.8%다. 올해도 28년 연속 1위가 확실하다.

낸드플래시도 2002년부터 17년 연속, 하드드라이브를 대체하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는 2006년부터 1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디지털 신호를 아날로그로 전환해 화면에 표시하도록 하는 반도체인 디스플레이드라이버IC(DDI)는 17년 연속 1위, 스마트카드IC는 13년 연속 1위 등 구동칩 분야에서 장기집권 체제를 이어오고 있다.

모태사업인 TV와 가전도 삼성을 빼놓을 수 없다.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6년부터 13년 연속 세계 TV 시장 1위다. 올해 14년 연속 1위도 확정이다. 냉장고는 2012년부터 7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세계 최대 냉장고 시장인 북미지역은 삼성의 텃밭이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트랙라인에 따르면 삼성전자 냉장고는 미국에서 3·4분기 시장점유율 21.7%로 14분기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휴대폰, 스마트폰도 1990년대 이후 삼성전자의 발전을 이끈 일등공신이다. 삼성전자는 1994년 '애니콜'부터 2003년 '벤츠폰', 2004년 '블루블랙폰' 등 밀리언셀러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면서 2012년부터는 7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2010년 갤럭시S가 탄생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8년 연속 정상을 놓치지 않고 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