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균형개발 의지 안 보이는 광역교통 비전

정부가 수도권의 광역거점 사이의 통행시간을 30분대로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한 '광역교통 2030 비전'을 지난달 31일 공개했다. 2030년까지 광역급행철도(GTX)를 추가하고, 대심도 지하도로 확충 등 대규모 교통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싸한 청사진에 비해 재원대책은 모호해 보인다.

한정된 재원을 수도권 교통투자에 집중해 결과적으로 국토균형개발을 도외시하고 있다면 더욱 심각한 사태다.

이번 2030 비전에는 그간 아이디어 차원에서 거론되던 수도권 교통대책이 총망라돼 있다. 기존 3개 노선에 보태 새 GTX 노선을 신설하고, 서울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 지하 40ｍ 아래에 지하도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게 대표적이다.

서울 등 도심에서는 천천히 운행하다 외곽에선 고속으로 달리는 트램 트레인 도입을 '검토'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국토교통부와 대도시권 광역교통위원회가 당정 협의를 거쳐 발표했다지만, 희망사항만 나열한 인상이다. 구체적 재원조달안이 안 보여서다.

막대한 돈이 드는 광역교통망을 노선도 확정하지 않고 추진하는 게 가당키나 한가. 그렇다면 뜬구름 잡는 비전이다. 비용부담 주체인 중앙정부와 수도권 자치단체 간 조율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서다. 외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급조된 인상마저 드는 이유다. 국토부는 올 상반기에도 성급하게 3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했다가 일산 등 1·2기 신도시 주민들이 반발하자 부랴부랴 교통대책을 내놨었다. 그러니 이번 비전도 '아니면 말고'식 선심성 악속으로 비치는 것이다.

수도권 교통체증 해소는 응당 필요하다. 하지만 수도권 신도시의 서울 접근성을 개선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면 가뜩이나 포화상태인 서울의 외연만 넓히는 꼴이 된다.

기업도, 일자리도 없는 베드타운 격 신도시를 대거 만들어 서울로 출퇴근하는 교통체증만 유발한 우를 되풀이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서울과 수도권 거점도시 간 광역교통망 확충에만 모자라는 예산을 쏟아부어선 곤란하다.

수도권 신도시나 그 외곽 거점도시들의 자족기능을 높이는 등 지역균형개발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