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헬기 박단비 대원 부모 "빨리 찾아 살아돌아온 것 이상 기뻐"
2019.11.12 15:09
수정 : 2019.11.12 15:43기사원문
(대구=뉴스1) 남승렬 기자 = "총리님, 우리 딸은 대학갈 때부터 소방대원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집에 있는 딸 아이의 산소통이 무거워 (딸 애가 이걸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니) 너무 속상해 혼낸 적도 있어요. 누구보다 강했던 우리 딸에게 의지를 많이 했어요. 제가 할머니가 되고 우리 딸이 아줌마가 될 때까지 평생을 함께 하려고 한 딸이 이제 없습니다. 딸이 살아올 거라 믿고 예쁜 옷도 하나 샀는데 이제는 소용 없게 됐습니다.
누구보다 '강했던 딸'을 찾는 어머니는 말을 잃었다.
구조활동 임무를 수행하다 소방헬기가 독도 해역에 추락한지 13일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온 고(故) 박단비(29) 대원 어머니의 울음섞인 호소는 부질 없는 메아리로 돌아왔다.
범정부현장수습지원단(지원단)에 따르면 박 대원은 12일 오전 11시56분쯤 해상 수색 중이던 해양경찰 1513함이 추락한 헬기 동체로부터 정남향 방향으로 3㎞ 가량 떨어진 지점에서 발견돼 낮 12시9분쯤 수습됐다.
대구 강서소방서에서 딸이 발견됐다는 소식을 들은 어머니는 두손을 모아 기도했다. 살아올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있던 어머니와 아버지가 기억하는 박 대원은 누구보다 책임감이 강한 소방대원이었다.
아버지는 "빨리 찾아서 살아돌아온 것 이상으로 기쁘다"며 "다른 실종자 가족들도 하루빨리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치 살아돌아온 딸에게 하듯 "정말 훌륭했던 우리 딸, 엄마가 사랑하는 거 알지?"라는 엄마의 말에 실종자 가족들이 머무르는 대구 강서소방서는 울음바다가 됐다.
29살 박 대원은 지난해 10월 임용된 새내기 구급대원이다.
119구조대가 백령도에서 환자를 헬기로 이송하며 응급처치하는 모습에 반해 소방대원이 됐다.
박 대원의 어머니는 "다른 실종자들도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란다"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 10월31일 오후 11시25분쯤 응급환자와 보호자, 소방대원 5명 등 7명이 탄 중앙119구조본부 소속 EC225 헬기 한 대가 독도에서 이륙한 직후 바다로 떨어졌다.
당시 소방대원들은 구급활동 임무를 수행하다 환자와 보호자 등을 헬기에 태우고 이륙 2~3분만에 헬기와 함께 바다로 추락했다.
사고 헬기에 탑승한 7명 중 현재까지 이종후(39) 부기장과 서정용(45) 정비실장, 조업 중 손가락이 절단돼 이송되던 선원 윤영호씨(50), 박단비씨 등 시신 4구가 수습됐다.
그러나 기장 김종필씨(46), 구조대원 배혁씨(31), 선원 박기동씨(46)의 생사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