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는 KTX·SRT 통합 원하지 않는다
2019.11.25 17:44
수정 : 2019.11.25 17:44기사원문
하지만 코레일 노사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다. 우선 양측이 이번에 타결한 4개 합의사항 중 제대로 합의를 이룬 것은 '임금 전년대비 1.8% 인상' 한 가지뿐이다. △4조2교대를 위한 인력충원 협의 △자회사 임금수준 개선 노력 △KTX·SRT 통합 운영 노사 공동건의 등은 앞으로 논의를 더 해야 할 사안들이다. 문제는 이들 안건이 노사 협의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인력충원 문제만 해도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노조안(4600명 충원)은 물론 사측안(1800명 충원)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번 합의가 '땜질식 미봉 타결'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KTX·SRT 통합 요구는 더 큰 문제다. 주지하다시피 SRT는 철도개혁의 산물이다. 철도에 경쟁체제를 도입해 효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지난 2016년 운영을 시작한 것이 수서발 고속열차 SRT다. 그 덕에 철도 소비자는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고객서비스가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비자들이 이렇게 경쟁체제 도입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데 거꾸로 통합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공공성 강화라는 미명하에 시대착오적 주장을 하는 노조도 문제지만 이를 얼렁뚱땅 넘기기 위해 '국토부에 노사 공동건의'라는 땜질식 처방을 내린 사측의 대응도 바람직하다고 보긴 어렵다.
코레일은 한 해 수천억원의 손실을 내는 만년 적자기업이다. 누적 부채만도 16조원에 이른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수천억원의 추가 적자가 예상되는 인력 충원을 주장하고, 잘 운영되고 있는 자회사와 통합을 요구하는 것은 일반 사기업에선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철도 노조는 국민의 안전과 공공성 강화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공감하는 국민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노조는 이번 파업에 대한 일반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은 이유를 곰곰 생각해보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