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재도약을 위한 제언

      2019.12.19 17:34   수정 : 2019.12.19 17:34기사원문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은 2%로 떨어질 전망이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민간부문이 문제인데, 올해 3·4분기까지 정부부문의 성장기여율은 72%였던 반면 민간부문은 25%에 그친 것이다. 그중에서도 제조업이 갈수록 위축되고 있는데 올해 3·4분기까지 서비스업의 성장기여율은 75%였던 반면 제조업은 18%에 머물렀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 법정근로시간 단축, 노동경직성 확대 등에 따라 산업 입지로서의 한국의 매력과 수출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제조업의 해외이탈이 가속화되고 수출상품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떨어지고 있다. 2017년 3%에 불과하던 우리 제조업의 해외투자는 2018년 92.6%, 올 상반기 55.7% 수준으로 증가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는 주력 생산품목이 SUV 등 고부가가치 차종으로 전환되면서 일부 기업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있고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고부가가치 위주 산업재편을 위한 민관 합동 노력도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노사관계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작은 희망을 제조업 재도약 계기로 전환하기 위해선 경제 주체의 협력이 필요하다. 경영층이나 주주 혹은 근로자층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정부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먼저, 노사관계 안정과 노동유연성이 필요하다. 획일적으로 매년 이뤄지는 노사협상 주기는 업종별로 다양화해야 한다. 자동차는 신차량 모델 적용이 대체로 5~6년 동안 이뤄지므로 글로벌 기업의 노사협상 주기는 2~4년 단위이다. 독일 2~3년, 르노 스페인 공장 3년, GM 4년 등이 예다. 노사의 에너지를 생산에 집중하는 장점이 있다. 수요변동에 대응해 비정규직을 활성화하고 대체인력이나 파견인력 투입도 적극 활용하도록 해야 한다. 독일 BMW는 주문급증 시 4년 임기의 비정규직과 파견 혹은 대체인력을 활용해 일일 3교대 근무조도 운영하고 있고, 근로시간계좌제를 통해 연 300시간을 유동적으로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선 나중에 해고가 어려워 주문 급증 시에도 비정규직 고용조차 포기하는 일이 많다. 따라서 인기 차종은 구매는 1년 이상 대기해야 가능하며, 이는 경쟁력 상실로 이어진다.

둘째, 생산성 제고가 시급하다. 임금인상과 근로시간단축은 중장기적으로 불가피하나, 관건은 생산성 향상이다. 이를 위해선 한편에선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과 기업 R&D 투자 확대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차는 R&D 인력 1만5000여명인 반면 BMW는 3만여명이고, 매출액 대비 R&D 비용은 현대는 2.9%이지만 독일 폭스바겐은 5.9%, 일본 도요타는 3.5%이다. 임금비용이 높은 우리는 연구여력도 낮다는 것이다. 정부 세제지원도 매우 미흡하다. 다른 한편, 공정 생산성도 높여야 한다. 자동화, 스마트화도 필요하나 무엇보다 업무자세가 중요하다. 필자는 최근 BMW 공장에서 우리 근로자들은 공장에서 스마트폰으로 대화하고, 유튜브도 본다는 한국 언론 기사를 소개했더니 BMW 관계자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놀라워했다.

마지막으로, 규제개혁 노력이다. 우리의 연간 입법건수는 1700여건이고 미국은 210여건, 일본은 84건, 영국은 36건 정도다.
우리의 과다 입법 속에는 규제내용도 상당부문 포함돼 있다. 과잉입법 원인 중 하나인 정부 각 부처의 의원 청부입법을 줄이기 위해 국무조정실의 조정기능을 강화하고 '산업과 일자리 영향 평가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노동, 환경, 교통 등 각 영역의 규제와 관련부처의 힘이 강해진 만큼 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협하는 새로운 제도나 규제 신설 시 영향평가를 받도록 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장·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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