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다양한 '탈것' 포용해야

      2019.12.23 16:39   수정 : 2019.12.23 16:39기사원문
차량 통행량을 따지지 않고 자전거 우선도로를 설치했다는 감사원의 지적으로 최근 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감사원은 행정안전부로 하여금 자전거 우선도로의 실태를 파악해 개선을 취해줄 것을 권고했다. 규정 때문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쳐도 '자동차 우선주의'에 밀려 자전거 우선도로 설치 배경을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성장세가 커지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스럽다.

이번 감사에서 울산시 외곽인 울주군 상북면 석남사 앞 도로인 '석남로'가 도마에 올랐다. 편도 1차로인 이 길은 가지산과 배냇골, 밀양 얼음골 등으로 향하는 등산객과 관광객의 왕래가 잦다.
해발 1000m를 넘는 고산준봉이 이어져 경치가 수려하고 다양한 고갯길이 있다 보니 휴일이면 산악자전거(MTB)와 로드바이크 등 자전거 운행도 크게 증가한다.

주민들은 비좁은 도로에 차량과 자전거가 뒤엉키면서 안전에 대한 우려가 가장 크다는 반응이다. 울산시가 설치한 자전거 우선도로 표시는 자동차 운전자가 주위를 살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역할을 해왔는데도 이를 규정 때문에 개선하라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 도로는 하루 최대 1만7465대의 차량이 지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한가한 농어촌 이면도로라는 것이 자전거 동호인들의 주장이다. 동호인들은 도로를 자동차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우리 사회의 선입견을 비판한다.

요즘 일상에서는 자동차가 주는 편리성을 떠나 건강과 환경보호를 함께 추구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볼 수 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걷고 달리고 자전거를 탄다는 것은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미세먼지와 유해물질 발생을 억제하고 개인의 건강까지 유지할 수 있다.

특히 환경문제와 질병 등에 의한 사회적 비용을 감소시킨다.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되면서 그 대안으로 전동 킥보드와 전동휠, 전기자전거 등 모빌리티 사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도로 위에서 성가신 존재로 취급되고 있다. 지금은 자동차를 벗어나 다양한 모빌리티가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도로는 다양한 '탈것'에 포용력을 보여야 한다.

ulsan@fnnews.com 최수상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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