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꿈틀, 12·16대책 부작용 아닌가
2020.01.01 16:50
수정 : 2020.01.01 19:31기사원문
지난해 초만 해도 전세시장은 되레 역전세가 문제였다. 전셋값이 떨어지는 바람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이야기도 나왔다. 지난해 2월 당시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역전세는 집주인이 해결해야 한다"고 못 박았을 정도다. 하지만 교육부가 특목고·자사고 폐지 방침을 밝히면서 이 같은 추세가 뒤집어졌다. 서울 강남, 양천구 목동 등 학군이 좋은 곳을 중심으로 전세 수요가 급증했다. 이 마당에 12·16 대책은 전셋값 오름세에 기름을 부었다. 재산세·종합부동산세와 같은 보유세가 오르면 집주인은 으레 그 부담을 전세·월세입자에게 떠넘기게 마련이다.
전셋값 불안이 이어지면 19번째 대책은 계약갱신권 연장이나 전월세상한제가 될 공산이 크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다. 지난해 9월 조국 법무부 장관 시절에 더불어민주당은 당정 협의에서 "전월세 계약갱신청구권을 주택에도 도입하겠다"고 전격 발표한 적이 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을 개정해 세입자에게 2+2, 최대 4년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미 민간택지에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한 만큼 전월세상한제 역시 정부가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카드다. 19번째 대책에서 부작용이 생기면? 정부는 즉시 20번째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버스를 반대편 방향에서 타면 즉시 내려 갈아타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정부는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종점까지 가겠다고 우긴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신년사에서 "인간의 존엄과 직접 관련된 주거와 관련된 정책은 시장경제의 룰에 맡겨두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서민 주거복지를 중시하는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를 읽을 수 있다. 하지만 시장은 선의가 결과를 보장하는 곳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흔하다. 집은 인간의 존엄과 관련된 상품이라는 특수성이 있지만, 시장경제 아래에서 수요·공급 원리가 작동하는 상품이라는 본질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 전세시장의 역설에서 정부가 교훈을 얻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