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를 위협하는 대형 산불
2020.01.10 17:43
수정 : 2020.01.10 17:43기사원문
9일(현지시간) CNN은 호주 남동부 해안가 도시인 말라쿠타의 한 골프장을 찾아 현장을 이렇게 묘사했다.
지난해 9월 2일 골드코스트 인근에서 시작된 산불은 점점 커져 한달 새 남동부 해안지역으로 확산됐고 이제 다섯달째 불타오르고 있다.
지난 5개월간 호주 남동부 산불로 전소된 면적은 서울의 약 100배에 달하는 600만ha다. 말라쿠타뿐 아니라 산불로 2000여채의 집이 불에 타 없어졌고 10만명이 이재민이 됐다. 소방관을 포함한 27명이 화재로 죽었고 20명이 실종됐다. 하지만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것은 동물들이다. 호주 시드니대 생태학자들은 이번 화재로 호주의 야생동물 5억마리 이상이 죽었을 것이라고 추산했다. 호주 정부는 화재진압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이 '화염 토네이도'를 인간의 힘으로 막아내기에 역부족임을 깨닫고 있다.
전 세계의 기상학자들은 이번 산불의 원인으로 지구온난화와 이상 기후를 다시 한번 꼽았다. 호주에서는 매년 늦여름에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9월쯤 잦아드는데 이번에는 양상이 다르다는 것이다. 오히려 산불이 잦아들 때쯤인 9월 초 시작됐는데 이는 지구온난화로 남극의 기온이 이례적으로 올라간 탓이라는 것이다. 호주 멜버른 모나시 기후변화센터 연구팀은 최근 논문을 통해 남극 상공의 기류가 약해지면 호주의 평균기온이 올라가고 강우량이 줄어드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호주는 1965년 이후 최소 강수량을 기록하는 등 최악의 장기 가뭄에 봄 기온 35도를 기록하는 이상 기후의 영향을 받았다. 해가 바뀌고 있지만 오히려 40도를 웃도는 폭염과 시속 30~40㎞의 강풍에 호주 정부는 비가 내려주기만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호주의 산불은 이제 그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웃나라인 뉴질랜드의 마운틴 쿡 국립공원의 프란츠 요셉 빙하마저 재로 덮여 하얀 만년설이 카라멜색이 됐다. 뉴질랜드 현지 언론들은 "호주에서 날아온 재가 두껍게 내려앉아 뉴질랜드 남섬 일부가 화성 표면처럼 변했다"고 보도했다. 화재로 발생한 연기는 지난 8일 지구의 4분의 3을 돌아 남미에 도착, 아르헨티나와 칠레 하늘을 희뿌옇게 만들었다. 전 세계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의 칼럼을 통해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미국 중서부의 대홍수와 인도·유럽의 폭염, 인도네시아 산불과 아마존 산불에 이어 호주의 산불까지 기후재앙의 시대가 도래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호주 정부는 최근까지도 석탄산업을 수호하겠다는 의지를 재천명하는 등 반환경주의가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기후변화와 관련된 지옥과 같은 재난의 현장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글로벌콘텐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