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규제개혁비례당 이야기가 나올까

      2020.01.20 17:23   수정 : 2020.01.20 17:23기사원문
벤처 기업인들이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정당을 세운다고 한다. 가칭 규제개혁비례당이다. 정식 당명과 창당선언문은 오는 23일 발표될 예정이다.

의회에 대표자를 보내 차기 21대 국회에서 벤처산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게 목표다. 오죽하면 벤처인들이 스스로 창당에 나섰을까 싶다. 규제공화국의 실상을 보여주는 웃지 못할 자화상이다.


그럴 만도 하다. 정치권은 오로지 표에 목을 맨다. 나라의 미래를 내다보고 큰 그림을 그리는 정당은 단 한 곳도 없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지난해 타다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국토위엔 여당 의원도 있고, 야당 의원도 있다. 하지만 택시업계 종사자들이 행사할 표 앞에선 여야가 따로 없다.

배달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인수합병(M&A)도 정치권에서 제동이 걸렸다. 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M&A 승인권을 가진 공정거래위원회에 공개 압력을 넣었다. 을지로위원회는 연초 기자회견에서 "배달앱 시장 참여자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예상되는 우려와 문제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M&A 심사가)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반대의 뜻을 밝힌 셈이다. 공정위가 정치권 압력에 어떻게 대처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벤처 기업인들의 실망도 커지고 있다. 겉으론 혁신을 말하지만 속내는 다른 것 같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8년 붉은깃발법을 언급하면서 인터넷은행에 대한 규제혁신을 주도했다. 하지만 그 뒤엔 혁신보다 포용에 방점을 찍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작년 말 확대경제장관회의 토론회에서 "포용이 혁신의 기반"이라고 말했다. 포용은 필연적으로 혁신과 충돌한다. 포용을 중시하면 혁신은 늦춰질 수밖에 없다.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났다. 타다금지법을 예로 들면 포용은 택시, 혁신은 타다다. 이 싸움에서 타다는 택시에 졌다.

규제개혁비례당 창당을 추진하는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지난해 2월 규제개혁 10대 과제를 내놨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선허용, 후규제' 원칙을 도입해 달라는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요구도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틈날 때마다 규제시스템을 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네거티브 규제는 혁신기술이 나오면 일단 허용이 원칙이다. 현실은 딴판이다.
포용을 앞세워 사전규제의 벽을 점점 더 높이 쌓고 있다. 보다 못한 벤처 기업인들이 정당 창당에 뜻을 모았다.
해외토픽에나 나올 법한 일이 규제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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