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임종석 vs. 황교안 유승민 오세훈, 수도권서 '잠룡' 시험대 맞나

      2020.01.25 08:00   수정 : 2020.01.25 08: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4.15 총선에서 잠룡들의 격전지가 될 수도권 대진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서울 종로 출마 제안을 수락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수도권 험지 출마를 밝혔으나 비례대표 후순위 출마 가능성도 열어놓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정계은퇴를 선언했지만 총선 출마 요청을 받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일찌감치 험지 출마로 지역구 가꾸기에 나서며 권토중래를 노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오랜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 노렸으나 보수통합이 성사될 경우 수도권 출마 가능성이 있는 유승민 새로운보수당 의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한국당 모두 총선 필승을 외치는 가운데 승패의 척도가 될 서울 등 수도권은 잠룡들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번 총선이란 고비를 잘 넘긴다면 잠룡들에게 당과 각 진영을 대표하는 얼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겠으나, 그렇지 못할 경우 차기대권 주자 명단에서 사라지거나 맨 끝으로 밀릴 수 있다.

다만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이미지를 챙기며 아름다운 과정을 만들 경우 평가는 달라질 수 있다.

결국 잠룡으로서 체급을 넓혀갈지, 아니면 도태될지는 이번 총선에 달렸다.


■이낙연, 차기 대권선호 1위가 '양날의 검'
이낙연 전 총리는 종로에 터를 잡으면서 총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설 연휴 첫날부터 종로의 전통시장인 창신골목시장과 통인시장을 찾은 이 전 총리는 종로에서 지역구 기반 다지기에 나섰다.

이 전 총리는 설 연휴 직전엔 유력한 대항마로 거론되던 황교안 대표를 향해 "신사적인 경쟁을 펼쳤으면 한다"며 여유를 보였으나, 하루만에 "제가 말씀드리는 것은 제 분수를 넘는 일"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현재 상황에선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를 달리는 이 전 총리가 유리한 분위기라는 평가지만, 이 전 총리로선 이같은 분위기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어 진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어차피 당선은 이낙연'이란 인식이 깔린 선거에선 이겨도 본전이 될 수 있고, 총선 분위기가 급변해 패할 경우 이 전 총리의 대선 행보는 급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황교안, 종로 외 다른 희생카드 검토
황교안 대표가 종로 출마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비례대표로 나서 중앙당 차원의 총선지원에 나서거나 불출마 카드도 여전히 살아있다.

황 대표는 지난 2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비례도 생각해본 바 있다"며 "최종적인 결정은 모든 것을 종합해 총선에서 이기는 공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보수통합 논의와 맞물려 황 대표는 종로에 출마하는게 나을지, 비례대표 후순위 또는 불출마가 유리한지를 놓고 이해득실을 따질 것으로 보인다.

총선을 100일 앞둔 지난 6일 황 대표는 최고위 회의에서 통합을 강조하기에 앞서 "졌지만 잘싸웠다는 평가는 사치에 가깝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황 대표로선 종로에 출마해 승리하지 못할 바에는 통합 과정 또는 당내 공천에서 다른 유력인사에 종로 자리를 넘기고 자신은 다른 희생 카드를 꺼내들 수 있음을 내비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야권 중진의원은 "황 대표가 수도권 험지 출마를 번복할 계기나 시간은 충분히 있다"며 "황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서 지역구 후보들 지원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유승민, 수도권 출마 여부
황 대표의 종로 출마 카드가 무산될 경우, 그리고 보수통합이 성사될 경우, 유승민 의원의 수도권 출마 여부도 주목할 포인트다.

개혁보수를 외쳐온 유 의원이 대구를 떠나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서울 종로 등을 포함한 수도권 험지에 도전한다면, 황 대표와 달리 '졌잘싸' 이미지를 챙길 수 있다.

유 의원이 수도권 험지에서 승리한다면 보수진영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해 보수진영의 지형은 또다시 요동칠 전망이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 논의가 진행중인 가운데 정치권에선 양당간 통합이 성사된다면 유 의원이 대구 출마를 접고 수도권에 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유 의원이 "한국당과 연대도 옵션"이라고 밝히며 거리를 두고 있어 통합 불발도 배제할 수 없다.

유 의원과 가까운 김세연 한국당 의원이 당 공천관리위원에 선임되면서 "총선을 앞두고 물리적으로 한국당 해체가 실현가능하지 않다면 공관위원 직무를 맡아 최선을 다하는게 차선이 될수 있다"고 말한 것도 양당간 통합이 쉽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란 지적이다.

■오세훈 vs. 임종석, 가능한가
1년 전부터 서울 광진을 당협위원장을 맡은 오세훈 전 시장의 원내 복귀 여부도 관심꺼리다.

해당 지역 터줏대감이던 5선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총선에 불출마 하면서 무주공산이 되는 듯 했으나, 민주당은 쉽게 내줄 수 없다는 의지 아래 임종석 전 실장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한국당 전당대회에서 '개혁보수'를 외치며 중도로 외연확장을 촉구했던 오 전 시장이 전략공천을 받은 민주당 후보를 꺾고 원내에 입성하면 오 전 시장의 가치는 새롭게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번 총선에서 마저 패한다면 과정에 대한 평가와 관계없이 오 전 시장의 정치생명은 종료될 수 있다.

이를 알고 있는 오 전 시장도 설 인사를 통해 "열심히 뛰어서 나라가 본래 모습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하며 지역구를 돌고 있다.

이에 맞서 민주당에선 임종석 전 실장 이름을 계속 올리며 총선 투입을 간접적으로 압박하고 있다.

서울 지역구 재선 의원 경력에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역임하면서 여권 내 잠룡으로 분류되기도 했던 임 전 실장의 무게감으로 볼 때, 오 전 시장과의 경쟁은 빅매치로 손색 없다는 평가다.


민주당 공동선대위원장이기도 한 이낙연 전 총리는 설 연휴 첫날부터 임 전 실장에 대해 "대단히 잘 훈련되고 매력 있는 분이라 도움을 줬으면 한다"며 "(임 전 실장이) 당의 강력한 요구를 받고 여러 고민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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