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헤지펀드, 순기능은 살려야
2020.01.29 17:30
수정 : 2020.01.29 17:30기사원문
일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헤지펀드 탓이 크다. 도화선이 된 라임자산운용은 위법 논란에 휩싸였다. 수익률 조작, 펀드 돌려막기에 이어 폰지사기 연루 의혹까지 받는다. 삼일회계법인은 다음달 라임 펀드에 대한 실사를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그 불똥이 벌써 알펜루트자산운용으로 튀었다. 라임에 덴 증권사들이 서둘러 자금 회수를 요구하자 알펜루트도 버티지 못하고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자금 회수에 나선 증권사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비 올 때 우산을 빼앗는 것은 금융의 속성이다. 헤지펀드에 돈을 빌려준 증권사들은 은행처럼 하고 있을 뿐이다. 손실 위험이 있는데도 대출금을 빨리 회수하지 않으면 나중에 배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
다만 대형 증권사들이 프라임 브로커(전담중개업자)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프라임 브로커는 헤지펀드를 상대로 자산관리, 자금대여, 자문 등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라고 만든 제도다. 리스크가 생겼다고 프라임 브로커부터 발을 쑥 빼면 헤지펀드는 기댈 곳이 없다. 금감원이 긴급회의에서 대형 증권사들에 헤지펀드들과 사전협의를 통한 '연착륙'을 당부한 배경이다.
넓게 보면 라임·알펜루트 사태는 한국형 헤지펀드가 감당해야 할 성장통이다. 헤지펀드는 이명박정부의 작품이다.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이 시행됐고, 2011년 헤지펀드가 첫선을 보였다. 당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한국형 헤지펀드를 K팝에 비유했다. 김 위원장은 금융산업이 한국인의 유전자(DNA)와 잘 맞는다며 "한국형 헤지펀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의 K팝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5년 헤지펀드 운용사 설립규제가 완화된 뒤 헤지펀드 순자산은 지난해 30조원을 넘어서는 등 급증세를 보였다. 헤지펀드는 비상장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등 모험자본 역할을 해왔다. 금융당국이 급성장에 따른 부작용을 바로잡되 순기능은 살리는 종합대책을 마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