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학생 "지하철서 말하면 눈치…기숙사 같이 살기 싫다고 해"

      2020.02.04 15:25   수정 : 2020.02.04 16:25기사원문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시립대학교 생활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관련 중국인 유학생들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0.2.4/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이헌일 기자 = "지하철이나 버스 타면 제가 말을 하자마자 눈치를 준다."

"게시판에 기숙사에서 중국사람과 같이 사는 게 싫다는 말이 나온다.

"

"언론에서 다들 '우한폐렴'이라고 부르는데 지역명을 넣으면 피해를 받을 수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대응과 관련해 서울시립대 중국인 유학생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학생들이 털어놓은 애로사항이다.

학생들은 이같은 애로사항과 함께 주로 학사일정, 마스크 수급 등에 대해 궁금함을 나타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4일 오후 1시20분 서울시립대 생활관(기숙사)에서 중국인 유학생 10명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A학생은 "지하철이나 버스 타면 제가 말을 하자마자 눈치를 준다"며 "그분도 마스크를 안 쓰고 저희한테 눈치를 줘서 힘들다"고 털어놨다.

B학생은 "게시판에서 봤는데 기숙사에서 중국사람과 같이 사는 게 싫다는 말이 나온다"며 "(학교 측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고 물었다.

C학생은 "바이러스 이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데 최근 언론에서 다들 '우한폐렴'이라고 부른다"며 "한국의 어느 지역에서 이렇게 발생해도 한국의 그 지역명으로 부른다면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시장은 "정부 차원에서는 공식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부르고 있다"며 "특정지역을 지정하는 이름을 쓰면 낙인효과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중국인을 싫어하는 분위기가 없잖아 있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어느 지역에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타겟이 돼서 공격을 받으면 안 된다"며 "바이러스가 인종적 편견을 만드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수의 학생들은 최근 마스크 구하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이를 두고 박 시장은 "유통단계에서 매점매석하거나 이런 건 처벌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서울시는 분량을 확보해 놨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탈 때 혹시 마스크를 못 가져왔으면 역무실에서 무료로 나눠주고, 버스에서도 운전석 옆에 마스크를 비치한다"고 설명했다.

또 "재고가 없는 문제는 가능하면 생산이 원활히 돼서 일반 마트나 편의점에서도 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국내에선 걱정할 게 없겠지만 중국은 감염자가 많이 늘어서 많이 필요할텐데 한국에서 재고가 충분하면 중국에 지원할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학사일정과 학내 생활에서 차별을 받을까 우려하는 질문도 줄을 이었다.
한 학생은 "학부 내에서 팀플 그룹이 많은데 팀플할 때 차별대우받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다"며 "차별대우를 받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아직 정부의 유학생에 대한 전체적인 정책이 결정되지 않았고, 내일 아마 발표될 것"이라며 "예컨대 한달간 개학을 연기한다든지, 더 심하게 확산되면 이번 학기는 온라인 수업을 한다든지 방침이 발표될 것"이라고 답했다.


차별 우려에 대해 서순탁 서울시립대 총장은 "(그런 일이 없도록) 학과장, 교수님들에게 특별히 부탁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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