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더 내릴 여지 있다
2020.02.26 17:41
수정 : 2020.02.26 17:41기사원문
한은은 지난해 7월과 10월에 잇따라 금리를 내렸다.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급인 1.25%로 낮아졌다. 그 뒤 11월과 올해 1월엔 동결했다. 통상적인 여건이라면 금리인하 효과를 좀 더 지켜보는 게 맞다. 기준금리 1.25%는 한은으로서도 경기 진작을 위해 할 만큼 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불행히도 지금은 통상적인 여건이 아니다. 코로나19 전염병은 한국 경제를 말 그대로 강타했다. 경제에 비상이 걸렸을 땐 중앙은행도 비상한 정책으로 맞서는 게 맞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로 2.3%를 내놓았다. 지금 한은이 발빠르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성장률 2.3%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선례도 있다. 지난 2003년 박승 총재는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대응책으로 즉각 금리를 내렸다. 2015년엔 이주열 총재 스스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책으로 서둘러 금리를 인하했다. 사스가 중국·홍콩 등 중화권, 메르스가 중동·한국 등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국지전이라면 코로나19는 전 세계에 번진 전면전이다. 수출주도형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 신세다. 한은이 사스·메르스 대응책을 능가하는 과감한 통화정책을 펴야 할 이유다.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자 제로금리와 양적완화(QE)라는 비전통적 정책수단을 동원했다. 정통 경제학의 시각에서 보면 둘 다 '묘한' 정책이었다. 하지만 연준이 과감하게 맞선 덕에 미국 경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버냉키는 "정책금리가 제로까지 낮아져도 중앙은행이 쓸 수 있는 대응방안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라는 어록을 남겼다. 미국은 기축통화국이란 점에서 분명 한국보다 유리하다. 따라서 우리가 미국을 그대로 따라 하기는 벅차다. 하지만 우리 여건에 맞는 비전통적 수단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 한은과 이 총재에 가장 필요한 것은 버냉키와 같은 '행동하는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