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드라이버 걱정하더니…'타다' 바로 접는 이유

      2020.03.11 05:15   수정 : 2020.03.11 10:42기사원문
이재웅 쏘카 대표 2020.3.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0.3.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9일 서울 서초구의 한 차고지에 타다 차량이 주차돼 있다. 2020.3.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서울=뉴스1) 송화연 기자 = "타다의 1만2000명의 드라이버가 실직하지 않도록, 100여명의 젊은 혁신가들이 직장 밖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대통령님 도와주십시오. 일할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타다가) 달릴 수 있게 해 주십시오."

타다 운영사 브이씨앤씨(VCNC)의 모회사인 쏘카 이재웅 대표는 드라이버의 생존권을 강조하며 '더 나은 일자리와 근무환경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6일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 시행까지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이 있지만 타다는 '베이직 서비스 중단'을 선언했다.

업계는 타다가 수백원의 '적자'를 메울 수 없기 때문일 것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타다를 운영하는 브이씨앤씨(VCNC) 박재욱 대표는 "타다 서비스 출시 후 더 나은 일자리, 더 나은 서비스, 더 나은 생태계 모델을 만들기 위해 감당해 온 수백억원의 적자는 이미 치명상이 됐다"며 "국토부가 주장하는 1년6개월의 유예기간을 버티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고 토로했다.

◇"적자 타다…서비스 이어가라는 건 망해가는 회사에게 기부하라는 것"

VCNC 박재욱 대표는 11일 드라이버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오는 4월10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타다 금지법 통과 직후 한달내 서비스 중단 계획을 밝혔지만 구체적으로 종료일까지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재 타다 운영 차량 1500여대 중 1400여대가 베이직 차량이다.

박 대표는 "국내외 투자자들은 정부와 국회를 신뢰할 수 없어 타다에 투자를 지속할 수 없다고 통보했고 타다를 긍정적인 미래로 평가하던 투자 논의는 완전히 멈췄다"며 "미래의 문이 한순간에 닫혔고 타다는 두 손 두 발이 다 묶여버렸다"고 털어놨다.

타다는 실제 적자 상태로 사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쏘카가 지난해 4월 공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쏘카는 지난 2018년 한 해만 331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매출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불법 리스크' 문제로 추가 투자 유치마저 좌초되며 적자 규모는 더욱 커졌을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모빌리티 업계는 타다의 '베이직 서비스 종료'는 '더이상 적자 폭을 키울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여객운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며 타다는 법령으로 '불법 서비스'로 규정됐다"며 "이는 타다에겐 사형선고와 같고 서비스를 이어나가라는 것은 망해가는 회사에 돈을 더 쓰라고 하는 것과 같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쏘카가 유치한 투자금도 이미 바닥난 상태일 것"이라며 "베이직 서비스를 접는 건 아쉽지만 접어야 타다가 살 것"이라고 덧붙였다. 쏘카는 지난 2013년부터 꾸준히 투자를 유치, 현재까지 약 1930억원의 누적 투자금을 달성했다.

현 시나리오에서 쏘카와 타다의 추가적인 투자 유치는 불가능하다. 이재웅 대표가 지난 7일 페이스북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가 (타다금지법 국회 본회의 통과 소식을 듣고) 한국에 앞으로 투자 못 하겠다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언급한 것처럼, 입법부가 '불법'으로 낙인찍은 서비스에 투자할 육성기업(벤처캐피털)은 없기 때문이다.

타다가 적자 상태로 운영해온 '베이직' 서비스를 접을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타다, '에어, 프리미엄' 등 프리미엄 서비스 확장 가능성도

다만 정부는 타다를 합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틀을 제시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 법원의 타다 '무죄' 선고 이후 여객운수법 개정안 수정에 돌입해 49조2항에 플랫폼운송사업 항목에 '렌터카를 통한 방식'을 추가했다. 타다의 운행 방식인 '렌터카 기반 사업 모델'을 허용한 셈이다. 대신 기여금을 내야 한다.

개정안은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승합차를 빌리되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이나 항만일 때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도록 정했다. 이는 타다가 현재처럼 '단시간·단거리' 운행을 할 수 없지만 '장시간·장거리' 운행을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타다 측은 "운영시간과 장소에 제한을 둔 국토부 수정안은 의미가 없다"며 반발했다.

일각에선 타다가 국토부의 제안을 수용해 에어와 프리미엄 등 프라이빗한 서비스를 이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한다. 사업 방향을 틀어 고급 모빌리티 시장 확장을 노릴 수 있다는 것.

타다는 서울·경기지역 이용자 170만명에게 5개 종류의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5개 서비스는 Δ베이직(11인승 승합차 호출 서비스) Δ어시스트(교통약자 호출 서비스) Δ프리미엄(고급형 택시 서비스) Δ비즈니스(법인 전용 호출 서비스) Δ에어(공항, 골프장 호출 서비스)다.

장애인을 비롯해 65세 이상 교통약자를 위한 호출 서비스인 '어시스트'는 지난 7일을 기점으로 운영이 중단됐다. 만약 타다가 내달 '베이직' 서비스를 종료한다 해도 '프리미엄', '비즈니스', '에어'는 남는다.

현재 국내 프리미엄 벤 서비스 시장은 블루오션이다. 공항 전용 승합차 공유 서비스는 '벅시'가 사실상 유일하다. 벅시는 지난 2016년 서비스를 출범한 이후, 안정적으로 매출을 키워가고 있다.

벅시는 지난해 7월 엔지스테크널러지로부터 15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어 10월 코스피 상장사 국보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국보는 현재 벅시 지분율 36.29%를 확보한 대주주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여객운수법 개정안 통과 직후 국보가 '벅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장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며 "타다가 합법 선에서 프리미엄 밴 시장에 진입하면 현재 수준의 매출을 올릴 순 없겠지만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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