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기소후 검찰조서, 증거능력 없다"…대법 판단 재확인
2020.04.09 11:26
수정 : 2020.04.09 11:26기사원문
이 사건은 대법원의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결 후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 증인 출석이 예정된 공범에 대한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 능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를 두고 언급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판사 배준현)는 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이모(68)씨 파기환송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씨는 2007년 8월30일부터 다음해 5월9일까지 양재 화물터미널 복합개발 사업 시행사업을 추진하던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에게 '최시중 등을 통해 사업 인허가를 받도록 도와주겠다'고 접근해 총 5억5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전 대표는 이씨가 아닌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알선행위자로 인식했음이 상당하고, 이씨는 단순한 전달자로 금원을 수수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무죄 판결했다.
검찰은 항소했고 이씨의 무죄를 뒤집기 위해 항소심 첫 공판이 열리기 하루 전인 2012년 11월15일 이 전 대표를 참고인으로 불러 제5회 검찰 조서를 작성해 항소심에서 새롭게 제출했다. 이후 항소심 과정에서 이 전 대표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결국 항소심은 "이씨가 단순히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할 금원'이 아니라 '알선의 대가'로 봄이 타당하다"며 이씨의 1억5000만원의 수수를 인정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돼 검찰이 항소한 후 항소심에서 증인신문할 수 있는 사람을 수사기관이 특별한 사정없이 미리 소환해 작성한 진술조서는 피고인이 증거로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며 유죄 판단을 다시 뒤집었다.
대법원은 "이를 증거로 제출할 수 있게 한다면 피고인과 대등한 당사자의 지위에 있는 검사가 권한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법정 밖에서 유리한 증거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조서는 공소 제기 후 이뤄진 것에 해당한다"면서 "법정 증언이 인정된다고 해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환송 전에도 증인신문 전에 수사기관이 이 전 대표를 조사한 점을 비춰보면 이 전 대표의 법정 진술에 영향을 충분히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해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대법원 판단 취지에 따라 1심 무죄 판결 후 항소심이 시작되기 전 증인신문이 예정됐던 이 전 대표에 대한 검찰의 진술조서를 증거능력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또 재판부는 "이씨가 독자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를 받았다고 볼 증거가 없다"면서 "1심에서 이 사건 범죄 증명이 없다고 본 것이 정당하다"고 검찰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이 사건 판결은 정 교수의 사모펀드 관련 혐의 재판에서 언급된 바 있다. 당시 법원은 정 교수 재판에서 해당 대법원 판결을 언급하며 검찰에게 증거 제출에 신중할 것을 경고했다.
검찰이 정 교수 기소 후에도 자금 횡령 혐의 관련 공범으로 보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5촌 조카 조모씨를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한 것을 두고, 만약 기소 후 조사한 조씨에 대한 진술조서를 정 교수 재판에 추가로 제출하면 엄격히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다만 당시 대법원은 이 사건 판결은 1심 무죄 판결 이후 항소심 증언 예정자에 대한 참고인 진술조서에 대한 증거능력을 살핀 것이지, 기소 이후 참고인 진술조서 전부에 대한 것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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