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

      2020.05.05 16:18   수정 : 2020.05.05 16:18기사원문
대통령 지지율이 55%를 넘은 상태에서 치러진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은 개헌을 넘볼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하며 표정 관리에 들어간 반면 제1야당은 여전히 자중지란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이렇게 일방적인 선거 결과는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성공적 대처, 진보화된 유권자들, 제1야당의 신뢰 부족 및 공천 갈등 그리고 일부 후보자의 부적절한 발언 등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러나 근본적 이유는 조금 다르다.



표결과 관련된 다수의 정치경제학 연구에 따르면 결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표결의 의제가 누구에게 유리하게 설정됐느냐라고 한다. 이번 선거의 의제는 자연스럽게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응"으로 귀결됐다. 이런 의제는 사태 초기 제1야당에 유리해 보였고, 야당은 정부심판의 반사이익을 기대했다.
그러나 이는 세월호 사태의 해결될 수 없는 아픔과는 다르다. 코로나19 사태는 국민 모두에게 당면한 일이었고, 중국의 경험을 보면 정부·여당에 더해 전 국민적 노력으로 시간이 지나면 극복되는 문제라는 점을 야당은 간과했다.

제1야당이 코로나19 사태 초기 정부 비판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국제적 인맥을 활용해서 해외 감염병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마련하는 등 좀 더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국민이 보았다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선거 의제는 '코로나 극복'이 됐을 것이고, 그 공을 정부·여당과 일부라도 공유했을 것이다. 제1야당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 때 해외 투자자들을 앞세워서 투자를 약속받았던 김대중 대통령의 혜안을 배웠어야 했다. 제1야당은 이렇게 불리하게 설정한 선거 의제하에서 일부 출마자들이 부적절한 발언들을 더하면서 여당에 대승을 헌납했다.

총선 이후 지금까지 국민에게 정국의 가장 큰 의제는 무엇이었을까. 단연 재난지원금이다. 그런데 이는 제1야당이 원하는 "재난지원금에 따른 재정위기"가 아니라 "나도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을까"이다. 이런 현상을 후대에 빚을 미루는 포퓰리즘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개탄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지자체들이 선심성 행정을 남발했던 시기와 달리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앞두고 있다. 어느 때보다 속도감 있게 저소득층 국민에게 현금성 소득지원을 해야 한다. 제1야당에서 재정건전성을 우려한다면 총선 공약처럼 전 국민에게 소액만 지급하고 2차 추경을 서둘러서 저소득층에 집중해 지원할 수도 있다. 대외적 요인이 미미한 미국조차도 2주 전부터 사실상 전 국민에게 현금이 입금됐다.

그것도 싫다면 아무리 야당이라도 매력적인 대안을 주도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국민이 진보화됐다면 이에 맞는 대안도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총선 이후 제1야당의 모습은 많은 국민에게 선거 패배를 화풀이하는 몽니로 보였고, 이제 경제위기의 책임마저 일부 떠안게 됐다. 2년 후 국가 행정부를 결정할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달아 실시될 예정이다. 일반적 예상과 달리 여당이 원하는 사회적 변화나 제1야당이 제기할 경제심판론은 그야말로 독이 든 사과다.
여당의 어설픈 개혁 시도는 중도지지층을 이탈시킬 것이고, 제1야당의 경제심판론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금융정책과 기저효과로 인해 2022년의 경제상황이 2020년 후반이나 2021년 초반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점에서 둘 다 실패할 의제들이다. 오히려 여당이 과반 여당의 책임감을 안고 경제심판론을, 제1야당은 몽니가 아닌 진보적 경제 대안론을 제기해야 한다.
모쪼록 다음 선거에서 두 정당의 멋진 승부를 희망한다.

성한경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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