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 들여 배웠는데 하필 코로나"…예비 파일럿은 운다
2020.05.29 08:01
수정 : 2020.05.29 10:07기사원문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1분기에 각각 566억원, 208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다보니 항공업 채용시장도 얼어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특히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1억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비행 면허(조종사 면허)'를 따온 준비생들의 불안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18년 초 미국 애리조나주에 있는 한 학교에서 면허를 취득한 A(30)씨는 지난해 5월 귀국했다. 그러나 귀국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A씨는 공기업 취업을 고민하고 있다.
A씨는 "지난해 하반기에 2번 정도 (채용 공고가) 떠서 지원했었다. 그 이후에는 아예 없었다가 최근 한 곳에서 채용 공고가 떴다"며 "코로나19로 항공편이 줄면서 기존 기장, 부기장, 승무원들도 쉬는 상황이어서 이해는 가지만, 상황이 언제 풀릴지 몰라 막연하고 불안하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러면서 "(같은 항공사에서도) 보통 수시채용 형태로 1년에 1~2번 지원 기회가 있었다. 그때도 30대 1, 40대 1 정도의 경쟁률을 보인 것 같다"며 "무작정 기다리기 보다는 공기업에도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신입 운항승무원(부기장)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자가용, 계기, 사업용 등 조종사 면허를 취득해야 한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 소형 경비행기를 타고 200시간의 비행시간을 채워야 하지만, 우리나라 항공업계에서는 최소 250시간을 요구하기 때문에 300시간 이상을 채우고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는 게 준비생들의 설명이다. 일부 항공사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1000시간을 채워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년4개월 동안 A씨가 지출한 비용은 약 1억3000만원이다. 보통 비행 학교 학비가 8000만원~1억원 수준이며, 교육을 받는 동안 생활비까지 포함할 경우 1억원을 훌쩍 넘어간다고 한다.
또 다른 파일럿 준비생 B씨는 "지난해 11월 입국한 탓에 최근까지 지원할 기회가 없었다"며 "상황이 여의치 않은 것 같아서 (면허 취득 전에) 했었던 본래 직업으로 다시 취업하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파일럿 준비생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서는 "요즘 조종사들 유튜브를 보면 영상이 안 올라오거나, 다들 집에서 쉬면서 얘기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된다는 예상들이 나오는데 항공산업은 정말 위기" 등 우려하는 반응을 다수 볼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항공업계 전체 시장 상황이 안 좋다. 기존에 다니던 직원들도 휴직에 접어든 경우가 많다"며 "채용이 멈춰버린 상황으로, (추후) 비행기가 뜨고 운항이 시작돼야 (채용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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