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3차 추경,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안 돼야

      2020.06.01 18:42   수정 : 2020.06.01 18:42기사원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일 3차 추가경정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기로 했다. 코로나19 경제 충격파를 넘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열겠다는 명목으로 이른바 '한국판 뉴딜'을 본격 추진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방침에 따라 정부는 이날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한 달 앞당겨 발표했다.

그러나 확장재정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눈덩이처럼 불어날 나랏빚이 여간 걱정스럽지 않아 보인다.

당정은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회의를 거쳐 30조원대를 웃도는 규모로 3차 추경안을 잠정 확정했다. 21대 국회 개원 후 6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협상 시 다소 줄어들 소지는 있지만, 단일추경으론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한 해 세 차례 추경 편성도 1972년 이후 48년 만이다. 코로나발 재정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절박한 현실을 감안하면 그 취지는 일면 이해된다. 한국형 뉴딜뿐 아니라 기존 일자리 지키기용 고용지원금, 지역 소비 촉진대책 등 돈 풀 곳이 어디 한두 군데인가.

그렇다 하더라도 역대급 추경이 한국 경제엔 드리울 어두운 그림자를 외면할 순 없다. 우리 경제가 갇힌 '코로나 터널'은 아직 입구일 뿐이다. 그런데도 이미 1, 2차 추경 편성에 이어 한국은행도 지난주 기준금리를 0.5%로 두 달 만에 0.25%포인트 인하했다. 재정과 금리 등 남은 거시정책 수단이 많지 않은 셈이다. 더욱이 경기침체로 하반기엔 30조원의 세수 감소가 예상되는 터다. 3차 추경까지 동원한 뒤 재정여력이 고갈되는 사태가 빚어진다면 뒷감당은 어찌할 것인가.

그런데도 재정지출 구조조정을 하는 시늉은 했던 1, 2차 때와 달리 3차는 대부분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마련한다니 더 큰 문제다. 이로 인해 국가채무비율 상승 속도가 가팔라지면 국가신용등급 강등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나랏빚으로 국내총생산(GDP)을 끌어올린다는, 여권 일각의 '착한 채무론'이 어이없어 보이는 이유다.

그런 맥락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임금 인하와 근로시간법 개정 등 역발상으로 일자리 지키기에 나선 독일과 프랑스의 행보가 반면교사다.
우리처럼 정부가 빚을 내 선심을 쓰는 손쉬운 길만 고집하지 않고 노동개혁 등 기업 환경개선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문재인정부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재정중독을 경계해야 한다.
추경의 규모보다 정부가 푸는 돈이 규제 혁파 등을 통해 산업현장에 효과적으로 스며들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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