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락에 물가 8개월만에 '마이너스', 재난지원금에 축산물·가구 가격은 상승

      2020.06.02 17:55   수정 : 2020.06.02 18:51기사원문
지난달 중순부터 전국적으로 지급된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해 쇠고기, 돼지고기, 가구 물가가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전반적인 소비자물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물가상승률이 0%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역대 두 번째다.

물가와 성장률(올 1·4분기 -1.3%)이 동반 하락하면서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 김용범 기획재정부 제1차관은 2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물가하락 압력의 확대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우리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어떤 모습의 회복세를 보이는가가 향후 소비자물가 흐름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시적 현상이고, 디플레는 아니라는 의미다.


■쇠고기·가구 물가 들썩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물가는 1년 전보다 12.2% 올랐다. 전월비로 따져도 11.2% 올랐다. 국산 쇠고기 물가는 전년동월 대비 6.6%, 전월 대비 1.1% 상승했다. 이에 따라 축산물 물가는 7.2% 상승했다. 축산물 물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는 데 0.17%포인트 기여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통계청은 축산물과 농산물 가격을 한 달에 3회씩 조사하는데, 조사할 때마다 물가가 계속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부는 정부가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가구물가도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으로 올랐다. 소파는 1년 전보다 8.9%, 장롱은 7.8% 상승했다. 전달만 해도 각각 -6.9%, -4.1% 하락폭을 보였기 때문에 이달 물가상승은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인한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 밖에 안경원 역시 긴급재난지원금 영향으로 고객이 대폭 늘었다고 알려졌지만, 아직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콘택트렌즈 가격은 1.2% 상승에 그쳤다.

안 심의관은 "물가는 후행지수이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며 "긴급재난지원금의 전체적인 효과는 6월부터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역대 두 번째 마이너스 물가

지난달 전체적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년 전보다 0.3% 하락했다.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건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국제유가 급락은 지난달 물가상승률을 끌어내린 주요인이다. 5월 석유류 물가는 1년 전보다 18.7% 하락하면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0.82%포인트 끌어내렸다. 석유류물가지수(83.41)는 2015년 개편 이후 역대 최저로 나타났다.

지난해 정부의 유류세 인하정책에 따른 기저효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석유류 물가는 수직낙하했다. 실제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5월 배럴당 69.4달러에서 지난달 30.5달러로 반 이상 내렸다. 같은 기간 L당 휘발유 가격도 1517원에서 1255원으로 꺾였다.

3월부터 이어진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정책과 고등학교 무상교육·무상급식 확대정책도 물가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목적 승용차 -2.4%, 고등학교 납입금 -66.2%, 학교급식비 -63.0%의 물가 낙폭을 기록했다. 서비스물가는 외환위기 회복기였던 1999년 12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인 0.1%를 기록했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외식물가 상승률이 0.6%에 그쳤다. 평년에 2.0% 상승하던 외식물가가 0.6% 상승에 그친 건 코로나19 영향이 크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한편 김 제1차관은 "봉쇄조치에 따른 수요 측면의 충격과 유가 하락에 따른 공급 측면의 충격이 점차 가격에 반영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세 둔화가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하락에 대한 막연한 우려가 확산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지연되고 성장세 둔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ktop@fnnews.com 권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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