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고비마다 '함구령'…'가만히 있으라' 건강한 비판 실종

      2020.06.04 11:41   수정 : 2020.06.04 11:41기사원문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박주민 최고위원과 대화를 하고 있다. 이해찬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오늘부터 사실상 21대 국회 시작, 법정시한내 국회 개원해야"한다고 밝혔다. 2020.6.1/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김민성 기자 =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관련된 '정의기억연대 의혹'에 이어 금태섭 전 의원 징계까지 이어진 이해찬 대표의 '함구령'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의 초선 의원이 늘어난 만큼 당 지도부가 '열린우리당 트라우마'를 떠올리며 당내 결속 강화라는 장점은 얻었지만 건강한 비판 없이 일사불란하게 '원보이스'로 치우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21대 총선 승리 이후 당 소속 의원이 관련된 논란에서 줄곧 '함구령'을 내렸다.

윤 의원 관련 '정의연 의혹'을 두고는 이해찬 대표가 "의원들의 개별 의견이 분출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했다.


당시 이형석 최고위원과 허윤정 대변인은 이례적으로 이 대표의 발언을 기자들에게 공개했다. 이에 대해 당내에선 "의원들 다 들으라고 한 얘기"라는 말도 나왔다.

이 대표의 함구령 이전에는 일부 의원들이 윤 의원의 해명을 요구했고 거취에 대한 언급까지 나왔지만 이후 당내 이견 표출은 대부분 사라졌다. '함구령'에 대한 반발도 없이 당이 결속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 대표는 '금태섭 징계' 논란이 제기되자 약 2주 만에 다시 당 내부 분위기를 다잡았다. 이 대표는 전날(3일) 비공개 회의에서 지난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당 윤리심판원에서 징계 결정을 받은 금 전 의원과 관련해 "당 내에서 더 이상 얘기가 나오지 않는 게 좋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역시나 당 안팎에서 "징계를 철회해야 한다" "부당하다"는 등의 잡음이 나오자 이 대표가 입단속에 나선 것이다.

이후 상황은 윤 의원 관련 의혹 때와 유사하게 흘러가고 있다. 대부분 의원들은 경고 조치가 가장 낮은 징계 수준이라는 당 지도부의 의견에 동조하는 분위기다. 지도부의 '함구령'만으로도 이제는 당내 결속이 가능하다는 말도 나온다고 한다.

금 전 의원의 징계에 공개적인 반대의사를 표출한 건 당내 소신파로 알려진 재선의 조응천 의원과 김해영 최고위원 정도다.

열린우리당 시절처럼 초선 의원들이 존재감을 부각 시키기 위해 민감한 사안에 대한 논평이 이어지는 등의 혼란을 막았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가 많은 편이다.

수도권 한 재선 의원은 "열린우리당 때 만큼이나 초선 비중이 높아진 게 당이 젊어졌다는 측면에선 좋지만 각개전투의 위험성이 있는데, 그 점을 지도부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지도부 중심의 일사불란한 대응으로 21대 국회 개원 초반 당의 기강을 잡고 가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반면에 '여당 내 야당'을 담당하며 건강한 비판으로 당내 다양한 논의를 촉발하는 모습이 실종된 것은 퇴행이다.


특히 당내 소신파로 '금박김'이라는 별명이 붙었던 금태섭·박용진·김해영 의원 중 박용진 의원만 21대 국회에 입성하게 되면서 균형감 있는 결정이 어렵게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당의 목소리가 한쪽으로 쏠릴 때 공개적인 비판 목소리가 나와야 열성 지지층 외에 중도층까지 아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소신파 의원들에게 고마워 해야 할 정도로 이들이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했다"며 "소신파 중 낙선하거나 불출마 한 인물들에게 당직을 맡게 해야 당이 더욱 건강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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