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교와 사장교로 아우른 ‘1004개 섬’..'바다위의 작품'
2020.07.05 16:16
수정 : 2020.07.05 19:30기사원문
천사대교는 하나의 단순한 일반적인 다리가 아니다. 4가지 형식의 다리가 전체를 구성한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현수교와 사장교다.
천사대교 '평범을 넘어선 거물'
6월 8일 새벽 5시에 맞춰 놓은 우렁찬 알람소리에 일어나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고, 간단한 준비물을 백팩에 구겨넣은 뒤 미니밴 차량에 몸을 맡겼다. 이날은 '2020 대한민국 국토대전' 인프라구조물부문에 출품한 작품들의 우열을 가리기 위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중간 단계다. '대한민국 국토대전'은 국토교통부·국토연구원이 주최가 되고 파이낸셜뉴스가 협력해 우리나라의 국토를 개발함에 있어 더 나은 모습으로, 더 보기 좋게, 보다 편리하게, 보다 많은 국민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시설물 개발 사례를 심사하고 포상하는 제도로 지난 11년간 지속됐다.
여기서 선정된 작품들은 대통령상, 국무총리상, 국토교통부 장관상 그리고 각 분야별 학회장상 등 포상과 함께 한반도 곳곳에 새겨 넣은 소중한 작품으로 남겨져 기록되고 기억된다. 개발의 모범 사례를 제시해 다음 세대를 위한 좋은 교육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기획·운영되는 국토부 주최의 대표적인 포상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국토대전에 인프라구조물 부문이 포함된 것은 2017년부터다. 지난 4년동안 국토대전에 출품된 인프라 구조물 작품들에 대한 1차 심사, 2차 현장방문 심사 및 최종 심사 단계를 경험하면서 우리 국토에 한땀 한땀 새겨지고 있는 작품들이 해를 거듭할 수록 점차 발전되어 가는 모습을 봤다. 매년 발전되고 새롭게 변화되는 출품작들을 보면서 우리가 갖고 있는 무한한 가능성 역시 발견할 수 있었다.
제출한 서류를 바탕으로 3명의 심사위원들과 같이 의견을 나눴다. 코로나19 사태로 같이 모이지 못하고 메시지와 화상회의를 통해 심사숙고해 현장 방문할 작품 3곳을 추려냈다.
드디어 현장실사를 위해 서해안 고속도로를 3시간쯤 달렸다. 멀리 원산안면대교의 주탑이 삐쭉 얼굴을 내민다. "와서 너와 마주하길 잘 했구나." 원산안면대교의 수려함은 사진만으로 표현이 안된다는 것을 바로 알았다. 특히 두개 주탑은 조각작품이지 무심하게 쌓아 올린 구조물이 아니었다.
다시 4시간 남짓. 차를 달려 신안군으로 향했다. 바다의 비릿함이 다가설 즈음 멀리 천사대교의 주탑으로 생각되는 꼭지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내 그 장엄함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차량이 진입로에 도달해 천사대교와 일직선으로 줄을 맞추는 순간 주탑의 모습이 겹쳐져 묘한 느낌을 전달했다. 정신없이 4경간 3개 현수교 주탑의 겹쳐지고 지나가는 모습을 감상하자 마자 다시 눈앞에 키가 다른 사장교 주탑 모습이 묘한 미소로 겹쳐져 들어왔다. '와 이건 뭐지' 하는 순간 사장교 구간을 지나 1004개의 신이 뿌려놓은 점이 시작되는 신안군의 다이아몬드 제도에 진입했다. 이 순간 "신이 1004개의 섬을 만들었다면 우리 건설 기술자는 이들을 연결하는 다리를 만들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에서 내리면서 천사대교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사람이 만든 또 하나의 자연
하나의 작품이었다. 사람이 만든 주변과 어우러진 또 하나의 자연이었다. 구조물의 형식과 구조적 특성에 대한 지식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냥 바라볼 뿐이었다. 수식이 필요 없었다. 그냥 감탄할 뿐이었다.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그냥 좋았다. 마치 내가 오랫동안 찾던 무엇인가를 찾은 듯한 느낌이었다. 이 작품을 설계·시공한 분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절로 우러나왔다. 이곳까지 안전하게 운전을 해 주신 기사님이 한 말씀 거들어 주셨다. "현수교와 사장교의 진정한 융합이네요." 지금은 은퇴하고 소일로 이 일을 하신다는 전직 고교 국어 선생님다운 표현이 귓가에 남는다.
피곤한 몸을 차량에 싣고 다시 서울을 향해 달렸다. 올라오는 차량에서 오늘 방문한 교량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교량의 관한 전반적인 여러 얘기를 나누다 보니 자정이 넘어 집에 도착했다. 비록 몸은 고달팠지만 우리나라에 주요한 인프라 구조물을 돌아 볼 수 있어 좋았고 돌아 보면서 나눈 교량에 대한 얘기들은 너무나 소중했다. 내년에는 또 어떤 구조물이 얼마만큼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 국토의 모습을 바꿔 나갈 수 있을까.
글·사진=임윤묵 대한토목학회 공공인프라디자인위원회 부위원장·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