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2020.07.06 17:56   수정 : 2020.07.06 20:36기사원문
선거판에선 돈이 중요하다. 자금이 어디로 몰리느냐에 따라 대세를 가늠해볼 수 있어서다.

이를 잣대로 오는 11월 3일 미국 대선 판도를 내다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후원금 모금액이 지난 5~6월 두달 연속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밀렸다.

그의 '돈줄'이던 억만장자 열성 지지자들이 더는 돈을 대지 않겠다고 속속 이탈을 선언한 반면 바이든 캠프에는 미국 월가 등에서 줄줄이 후원금을 늘리고 있다. 현직 대통령보다 상대후보로 자금이 쏠리는 셈이다.
물론 억만장자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거자금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지만, 민심의 향배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대표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였던 피터 틸 페이팔 공동창업자는 대선에서 트럼프 캠프를 후원하지 않기로 했다. 틸은 지난 대선 트럼프에게 125만달러(15억원)를 전달하고,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그를 추켜세우는 연설까지 했던 인물이다. 2018년 중간선거 때도 거액을 기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틸의 이번 결정이 트럼프 대통령을 '승산 없는 경주마'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와 인종차별 시위, 경찰 폭력에 잘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지지율이 30%대로 주저앉으며 역대 최악을 기록 중이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바이든과 지지율이 9~14%포인트 차이가 난다.

바이든과 민주당전국위원회(DNC)가 6월 한 달간 모금한 정치자금은 선거캠프 발족 이후 최다인 1억4100만달러(1694억원)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전국위원회(RNC)보다 1000만달러(120억원)가 많다. 이로써 올 2·4분기 후원금마저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섰다. 바이든은 2억8210만달러(3385억원)를, 트럼프 대통령은 2억6600만달러(3192억원)를 모금했다.

월가는 재빠르게 노선을 바꿨다.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경제정책이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4월까지 확인된 후원금 내역을 봐도 바이든과 외부 지지단체는 월가 금융회사로부터 2900만달러(347억)를 모금한 반면 트럼프는 700만달러(83억)를 모으는 데 그쳤다. 미국 CNBC는 바이든을 후원하는 월가 경영진이 빠르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전반적 분위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낙선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별명 중 하나가 '위기탈출의 귀재(Houdini)'다. 기업인 시절 4차례 파산, 정치인이 된 이후엔 러시아 스캔들, 특검, 탄핵 등 숱한 위기를 정면돌파했다. 실제 지난 2016년 대선 당시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트럼프보다 1000배나 많은 월가의 후원금이 집중됐지만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미국 정치 전문매체인 더힐은 트럼프 대통령이 4개월 내에 판세를 뒤엎을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다고 봤다. 북·미 정상회담 등 '10월의 서프라이즈'도 예상되고 있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제니퍼 메르시에카 텍사스 A&M대 교수는 "보통 사람들은 위기를 맞닥뜨리면 패배를 알아차리거나, 수치심을 느끼지만 트럼프는 이를 거부한다"고 평가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또다시 궁지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깜짝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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