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영업맨’ 이재용 발로 뛴 10년… 日 이어 美시장도 뚫었다

      2020.09.07 17:12   수정 : 2020.09.07 18:10기사원문
이재용 부회장의 '신의 한 수'는 5세대(5G)였다. 계약 규모만 66억4000만달러(약 7조9000억원)에 달하는 삼성전자의 이번 수주는 이 부회장의 5G 사업 확대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한 발 더 나가 5G 이후를 준비할 것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지난달 '6G 백서'를 통해 차세대 6G 이동통신 비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2028년쯤 본격적으로 서비스가 가능한 6G 분야에서까지 경쟁사에 비해 한발 앞서 미래 준비에 나선 것도 '더 멀리 내다보며 선제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는 이 부회장의 지론 때문이다.

전담조직 구성하고 '진두지휘'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다. 5G가 태동하기 훨씬 전부터 이 부회장은 이 분야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이 부회장은 3G 이동통신이 확산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5G 기술연구를 전담할 차세대 통신연구 조직 신설을 지시하고 무선통신 분야 최고 전문가인 전경훈 당시 포항공대 교수(현 네트워크사업부장 사장)를 영입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 무선사업부와 네트워크사업부에 분산돼 있던 통신기술 연구조직을 통합해 5G 사업을 전담하는 '차세대사업팀'으로 조직을 키우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공동 연구 및 협력 확대를 지원하는 등 5G 통신기술 연구개발에도 힘을 보탰다.

특히 이 부회장은 2019년 1월 3일 새해 첫 공식행사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에서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생산라인 가동식에 참석하는 등 5G 관련 사업에 힘을 실어줬다. 지난해 5월에는 연구개발 조직인 삼성리서치에 '차세대통신연구센터'를 신설, 기존 5G를 연구하던 팀을 확대 개편해 6G 분야 선행기술 연구에 들어가는 등 '초격차'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최근에는 차세대 이동통신기술을 담은 '6G 백서'를 발간했다. 제조업체 중 6G 백서를 낸 곳은 삼성전자가 처음이다.

직접 발로 뛰며 '대박' 수주


이 부회장은 글로벌 네트워크 관리에 각별히 공을 들이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무엇보다 대규모 장기 계약을 수장이 직접 뛰어들어 신뢰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이번 수주를 위해 이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버라이즌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나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비밀리에 방한한 한스 베스트베리 버라이즌 CEO와 사업협력을 논의했을 뿐 아니라 이번 계약을 앞두고 여러 차례 화상통화를 하며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섰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은 베스트베리 CEO가 에릭슨 CEO였던 지난 2012년부터 꾸준히 알고 지내며 신뢰를 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미국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등지의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리더들과 활발히 교류하며 5G 네트워크 통신장비 마케팅에 적극 행보를 보였다. 한·일 관계가 극도로 경색됐던 지난해에도 이 부회장은 두 번이나 일본을 찾아 NTT도코모, KDDI 등 이동통신사 CEO들과 만나 5G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해 KDDI의 5G 통신장비 공급계약을 이끌어냈다. 지난해 2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은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아부다비 왕세제에게 5G 기술을 직접 설명했으며, 유럽 최대 통신사인 도이치텔레콤의 팀 회트게스 CEO를 비롯해 주요 경영진과 회동을 갖기도 했다. 인도 최대통신사 릴라이언스 지오를 소유한 릴라이언스그룹 무케시 암바니 회장의 자녀 결혼식에도 초청받아 참석하는 등 해외 리더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장비는 한 번 공급할 때마다 계약금액이 크고 장기간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특히 국가의 기간통신망에 들어가기 때문에 오너 간의 신뢰가 구축돼 있지 않으면 뚫고 들어가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공들인 '국제 인맥' 활용 제동 걸리나


역대급 규모의 수주와 별개로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의 재판 여부에 따라 5G 사업도 타격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이 부회장은 특검 수사와 재판으로 인해 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직을 사퇴한 데 이어 중국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직 임기 연장을 포기했고, 미국 선밸리 콘퍼런스 등 글로벌 행사에도 참석하지 못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주요 해외 수주사업 때마다 오너의 국제 인맥을 자주 활용해 왔다"며 "하지만 앞으로 이 부회장이 장기간 재판 과정에 돌입하게 되면 이런 경쟁력을 활용하는 데도 제약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true@fnnews.com 김아름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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