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취업 못했는데" 명절이 두려운 취준생들
2020.09.28 14:23
수정 : 2020.09.28 14:43기사원문
"코로나19 확산으로 취업은 더 어려워졌는데 명절이 어디 있겠어요."
5년 차 취업준비생인 최모씨(30)가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쉬었다. 최씨는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하고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렸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취업 문턱이 높아져 취업 준비 기간만 길어지고 있다.
■"친척 모이면 취업얘기, 스트레스만"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8일 취업준비생은 가족 모임보다 구직 준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구직을 하는 취준생에게 명절은 '비교의 장'으로, 반갑기보다 부담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로 청년 실업률이 최저치 수준인 10%대를 밑돌면서 '명절 포비아'는 더욱 심화되는 모양새다.
이러한 양상은 통계 수치로도 드러난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이 구직자 2266명을 대상으로 '올 추석 연휴 구직활동 계획'에 대해 조사한 결과 구직자 5명 중 3명(62.2%)은 추석 연휴에도 쉬지 않고 계속 구직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절반 절반 이상(52.6%)은 구직 활동을 이유로 명절 가족 모임에 불참할 것이라고 답했다. 구직 활동을 하려는 이유로 ‘코로나19로 채용이 줄어 하나라도 놓칠 수 없어서’(64.6%, 복수응답)가 첫 번째로 꼽혔다.
반면 기업들은 채용 규모를 줄이는 흐름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매출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올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7곳(74.2%)이 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거나 신규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갈 길이 바쁜 취준생에게는 커다란 악재다.
■취준생은 '명절대피소'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취준생들은 추석에도 '명절대피소'를 찾아야 하는 신세다. 지난 2015년 한 어학원이 학습공간 개념의 명절대피소를 운영한 이래 교육 업체들은 앞다퉈 명절대피소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올해는 코로나19로 학원 운영이 제한되면서 이 조차도 마땅치 않다. 갈 곳 없는 취준생들은 코로나 시국에도 카페를 전전할 거 같다며 입을 모았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30대 신모씨는 "친척들이 집에 와서 집에 있고 싶지는 않은데 갈 곳이 없어서 걱정"이라며 "어쩔 수 없이 카페에서 장시간 시간을 보낼 거 같다. 카페도 코로나19에서 안전하지 않다 보니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취업 준비생 김모씨는 "명절에도 떳떳하게 집에 있지 못하고 도망 다니듯 바깥을 도는 내 처지가 안타깝다"라며 "어디든 가리지 않고 취업하고 싶지 않은데 그게 참 쉽지 않다. 올해는 꼭 취업에 성공했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