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심력으로 화학물질 합성·추출한다

      2020.10.01 00:00   수정 : 2020.09.30 23:5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내 연구진이 회전하는 원통에서 원심력을 이용해 화학물질을 합성하고 추출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기존 화학합성 과정을 크게 단순화해 화학산업에서 희귀금속 추출과 다양한 화합물을 합성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전망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첨단연성물질 연구단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 연구팀은 하나의 반응 용기에서 여러 화학 공정을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새로운 화학 합성 시스템을 개발해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네이처'에 1일 게재했다.



바르토슈 그쥐보프스키 그룹리더는 "이 기술은 전혀 새로운 공정으로 기존에 불가능하거나 어려운 종류의 합성들을 쉽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방법을 이용해 1980년대까지 널리 쓰였던 진통제인 페나세틴과, 항-아메바 약물인 딜록사니드를 3~4단계에 걸쳐 합성했다. 또 필수 아미노산 중 하나이자 감미료인 아스파탐의 주재료인 페닐알라닌을 화합물로부터 추출했다.
이와 더불어 연구진은 분자보다 큰 박테리아나 나노입자도 회전하는 용매에서 제어했다.

기존 추출방법은 물과 기름 모두에 붙을 수 있는 분자인 계면활성제로 원하는 분자를 감싸서 분리한다. 연구진이 개발한 방법은 모든 과정이 용기 하나에서 이뤄져 합성 전 과정에 드는 시간을 크게 단축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시스템에서는 반응물이 확산을 통해 인접한 용매로 이동한다. 연구진은 원통 회전속도를 주기적으로 변화시켜 확산 속도를 높일 수 있었다. 또 용매 층의 성질에 따라 인접한 용매를 분리할 수도 있었다.

공동 제1저자인 올게르 시불스키 연구위원은 "이 시스템은 합성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변수들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고, 용매 층 사이 작용을 조절해 기존에 추출이 어려웠던 화합물까지 추출할 수 있어 활용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존 화합물 합성 과정은 석유화학공장처럼 특정 물질에 맞춰진 대형 공정이 아닌 이상, 손으로 한 단계씩 진행해야 하므로 생산 시간과 생산량에 한계가 있다.
이같은 화학 합성을 일괄 처리하는 방법으로 크게 두 가지 시스템이 이용돼 왔다. 복수의 플라스크와 밸브들을 기계적으로 연동하는 방법과 연속된 액체 흐름을 제어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자동화 장치를 제작하고, 반응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데 고도의 공학 기술이 필요하다는 한계점이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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