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파동 조짐, 정부 고집 부릴 때 아니다

      2020.10.15 18:26   수정 : 2020.10.15 18:26기사원문
최근 전세난이 심해지면서 제비뽑기로 세입자를 정하는 일이 벌어졌다. 희귀한 전세 매물을 보러 온 사람들이 가위바위보로 순서를 정하고 제비뽑기로 계약자를 결정했다. 집이 없어 줄서서 집 구하기를 운에 맡기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대기 순번도 등장했다. 어떤 곳은 집도 보지 않고 매물이 나오는 대로 계약금부터 밀어넣는다고 한다.

정부·여당 잘못이 크다.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임대차 3법을 밀어붙인 탓이다. 우리는 수차례 임대차 3법 처리 강행이 시장을 교란시켜 외려 서민들의 집 구하기를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해 왔다.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활용하고, 재계약이 늘면서 전세물량이 확 줄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정책을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임대차 3법의 덫에 빠졌다. 홍 부총리 소유의 경기 의왕 집을 팔기로 계약했는데 현 세입자가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 곤경에 처했다. 지금 사는 마포 전셋집은 주인이 들어온다고 해 비워줘야 한다. 다른 전셋집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홍 부총리 본인도 "전셋값이 쉽게 내려가지 않을 듯"이라고 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홍 부총리가) 도끼로 제 발등을 찍었다"고 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같은 당 윤희숙 의원은 "임대차법으로 전세가 사라질 것"이라고 했는데 현실이 됐다.

그런데도 홍 부총리는 추가 규제를 예고했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시장이 난리가 났는데 또 규제를 하겠다니 진단도 처방도 틀렸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키울 뿐이다. 전셋값은 전국적으로 12개월째 다락같이 오르고 있다. 임대차법이 시행된 7월 말 이후 상승폭은 더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지자체가 정하는 표준임대료 등 규제 카드는 전세난을 더욱 가중시킬 게 뻔하다.


정부·여당은 지금이라도 전세난의 주범인 임대차법부터 손질해야 한다. 서울 도심의 재건축 물량을 대폭 늘리고, 전·월세 세액공제를 확대하는 등 세입자 지원책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가 정책오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게 출발점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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