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메이저 첫승 넘어 더 큰 도약 꿈꾼다

      2020.10.21 17:24   수정 : 2020.10.21 17:58기사원문
국내 여자골프 선수 중에서 커리어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수가 있다. 지난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GC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생애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우승을 거둔 '메이저 퀸' 김세영(27·미래에셋)이다.

김세영은 이 우승으로 LPGA투어 통산 11승째를 거뒀다.

박세리(43), 박인비(32·KB금융그룹)에 이어 신지애(32)와 함께 한국인 투어 통산 최다승 공동 3위로 올라섰다. 2015년 LPGA투어에 진출한 이후 6년만이다. 김세영은 이번 우승으로 LPGA투어에서 6년간 매년 1승 이상을 거둔 선수로 이름을 남겼다.
이는 박세리와 박인비도 경험하지 못한 기록이다.

모든 우승이 극적이지만 특히 김세영의 11차례 우승은 극적이지 않은 게 하나도 없을 정도로 팬들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을 명승부였다. 루키 시즌이었던 2015년 퓨어실크 바하마 LPGA클래식에서는 덤불 속 신기의 샷으로 데뷔 첫승을 거뒀다. 같은 해 하와이서 열렸던 롯데챔피언십에서는 마지막 18번홀에서 극적인 어프로치샷 성공으로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간 뒤 연장 1차전에서 믿기지 않은 이글샷으로 기어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그의 이름 앞에는 '기적을 부르는 소녀'라는 닉네임이 붙었다.

2018년 숀베리 크리크 LPGA클래식에서는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LPGA투어 72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이었다. 종전 72홀 최다 언더파 기록은 2001년 '골프여제'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이 수립한 27언더파, 최저타수는 2004년 카렌 스터플스(미국)가 세운 258타(22언더파)다. 숀베리 크리크 LPGA클래식 우승으로 그는 '신기록 제조기'라는 닉네임을 하나 더 얻었다.

하지만 김세영을 가장 '김세영답게' 만든 닉네임은 따로 있다. '빨간바지의 마법사'와 '역전의 명수'다. 이 둘은 불가분의 관계다. 대회 마지막날 트레이드 마크가 된 빨간바지를 입고 나와 역전으로 승부를 마무리하기 때문이다. 김세영은 KLPGA투어서 거둔 통산 5승을 모두 역전으로 장식하면서 '역전의 명수'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그의 우승 방정식은 LPGA투어서도 변함이 없다. 통산 11승 중 절반가량을 역전으로 장식했기 때문이다.

김세영이 그동안 거둔 우승은 하나같이 그 자체가 드라마였다. 충분히 팬들의 관심을 받고도 남을만하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국내 정상급 선수 중에서 드물게 김세영을 응원하는 팬클럽이 아직 없다. 회원수 430명인 '골프여제 김세영'이라는 비공개 밴드 모임만이 김세영을 열렬히 응원하고 있는 정도다. 이에 대해 신원을 밝히길 꺼리는 한 골프계 인사는 "쏠림 현상으로 대변되는 그릇된 팬덤 문화가 만들어낸 기현상"이라고 진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세영은 그런 시류에 쿨한 반응이다.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 우승 직후 가진 LPGA투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새벽잠을 설쳐가며 응원해준 국내 골프팬들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했다. 지난 13일 귀국한 김세영은 "나는 항상 모든 골프팬들이 나를 응원해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나의 가치는 내가 알아달라고 해서 인정받는 것은 결코 아니라 생각한다. 팬들이 인정해줄 때까지 나는 나의 길을 오로지 최선을 다해 뚜벅뚜벅 걸어 가겠다"고 본지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김세영은 이루고자 하는 '버킷 리스트' 중 하나를 지웠다. 그렇다면 그의 다음 목표는 뭘까. 김세영은 "가깝게는 오는 12월 열리는 US여자오픈 우승과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타이틀 방어"라고 했다.
하지만 거기까지는 그가 그리려는 '빅피처'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는 "내년 도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게 다음 목표다.
그런 다음 지난 6년처럼 매년 1승 이상씩을 거둬 골프 명예의전당에 입회하는 것이 궁극적 목표"라고 말했다.

golf@fnnews.com 정대균 골프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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