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속 단백질 모양 바꾸는 스위치 찾아냈다
2020.10.30 13:11
수정 : 2020.10.30 13:11기사원문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바이오및뇌공학과 최명철 교수 연구팀이 나노소재의 기초물질로 활용할 수 있는 단백질을 새롭게 발굴했다고 30일 밝혔다.
최명철 교수는 "나노미터 크기의 광학·전기·의료 소재를 개발하는 플랫폼은 물론 모터 단백질 키네신과 결합해 분자기계를 개발하는 등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또한 최 교수는 "향후 다양한 형태와 특성을 가진 나노소재를 만들어낼 '튜불린 나노공학'의 발전 기반 조성과 함께 이번에 발견한 분자스위치는 알츠하이머병 등 뇌질환의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구진은 생명 현상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미세소관의 특이한 성질에 주목했다. 이 미세소관(Microtubule)은 튜불린 단백질로 이뤄진 긴 튜브 형태의 나노 구조물이다. 물질 수송의 고속도로, 세포 분열 과정의 분자기계 역할을 수행한다.
연구진은 튜불린이 수직한 두 방향으로 접히는 독특한 성질에 핵심이 있다고 판단, 튜불린의 형태 변형을 인공적으로 제어하겠다는 점에 아이디어를 얻은 후 곧장 연구를 시작했다. 튜불린 단백질의 접힘을 제어하는 분자스위치를 찾고자 한 것이다.
튜불린이 강한 음전하를 띤 단백질이라는 점을 감안해 양전하 중합체인 폴리라이신이 미세소관의 구조를 변형하는 과정을 관찰했다. 포항 방사광 가속기의 가속기 X선 산란장치를 이용해 옹스트롱(Å, 100억 분의 1m)의 정확도로 측정했다. DNA 이중나선 구조의 결정적 증거가 된 로절린드 프랭클린의 '포토 51'과 유사한 결과를 확인했다.
이 결과는 튜불린들이 꼭 두 줄씩 길게 늘어선 '튜불린 이중나선' 구조의 형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연구진은 튜불린을 두 방향으로 접을 수 있는 분자스위치를 찾아낸 것이다.
분자스위치의 크기와 개수를 조절함에 따라, 최 교수 연구팀은 단일 벽 나노튜브에서 이중벽 나노튜브로 변환하거나 이중나선의 간격을 자유자재로 조절이 가능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최 교수는 "이 논문을 계기로 튜불린을 나노소재로 활용하는 연구들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면서 "새로운 바이오-나노기술의 특이점이 될 선도적 연구"라고 이번 연구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다.
이번 연구는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이준철 박사과정과 아모레퍼시픽 R&D 센터 송채연 박사가 공동 제1 저자로 그리고 최명철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스몰'에 지난 9월 17일자 뒷면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
앞서 연구진은 이 분자스위치를 이용한 튜불린 나노소재의 의료적 가치를 입증한 바 있다. 튜불린 나노튜브를 항암 약물의 일종인 미세소관 표적 치료제의 만능 전달체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결과를 지난 8월 20일자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스'에 표지논문으로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