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영입 후다닥 해치운 한화, 득일까 실일까
2020.12.07 17:29
수정 : 2020.12.07 17:29기사원문
한화의 행보를 보며 왜 이렇게 서두르나 의문이 들었다.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는 제한되어 있다. 빨리 움직인다고 전혀 문제될 될 게 없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외국인 선수 공급 시장인 메이저리그 쪽 상황 변화 때문이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메이저리그는 각 구단마다 허리띠를 졸라 매느라 부산스럽다. 좋은 선수들이 다량 시장에 풀릴 수 있다는 신호다.
그런데 한화는 서둘러 외국인 선수 3명을 결정지었다. 투수 닉 킹엄(28)은 총 55만달러, 라이언 카펜터(30)는 50만달러에 계약했다. 올해 서폴드와 벨에게 240만달러를 투자했던 한화로선 135만달러를 절약했다.
코로나19로 팍팍해진 살림살이를 감안하면 돈 적게 썼다고 나무랄 순 없다. 그러나 며칠 후 타자 라이온 힐리(28)를 데려오면서 두 투수 몸값의 합계와 맞먹는 100만달러를 선뜻 지불한 대목에선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대체 한화의 의도는 무엇일까. 골치 아픈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 빨리 끝내고 보자일까. 무조건 돈을 아끼자 일까. 조기에 대형을 갖춰 빡세게 동계 훈련에 들어가자일까. 언뜻 이해가 잘 되지 않는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는 크게 세 가지 요소가 고려돼야 한다. 첫째 능력이다. 실력 없는 외국인 선수만큼 허무한 노릇이 없다. 둘째 부상 여부다. 한화는 올해 투수 벨의 부상으로 내내 가슴앓이를 했다.
벨은 2020시즌 2승8패 평균자책점 5.96을 기록했다. 외국인 투수의 성적으로는 최악이다. 그나마 어깨 통증으로 9월 13일 KT 경기 도중 마운드를 물러난 후 시즌 아웃됐다. 10위라는 한화의 성적표에 상당한 원인 제공을 한 부상이었다.
마지막이 한국 야구 적응이다. 이 부문은 매우 중요하지만 운에 좌우되는 경향이 없지 않다. 일정한 연관성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세 가지 요소 가운데 기량과 부상만큼은 철저히 점검돼야 한다.
그런데 한화의 세 외국인 선수들 모두 충분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다. 가장 나중에 영입한 힐리의 경우 꽤 화려한 이력을 지녔다. 2016년 여름 오클랜드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 첫해 72경기에 출전해 3할 타율(0.305)과 홈런 13개 37타점을 기록했다. OPS는 정상급인 0.861.
이듬해엔 25홈런과 78타점을 올렸다. 2018년에도 20개 이상(24개) 아치를 그려냈고 타점도 73개 남겼다. 이 정도 성적이면 메이저리그서도 수준급이다. 그런 힐리가 2019년과 2020년을 망친 이유는 부상 탓이다. 힐리는 엉덩이, 허리 등 복수의 부상 부위로 오래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킹엄은 올해 초 SK에서 뛰다가 부상으로 아웃됐다. 기량은 있어 보였지만 내년 정상 활약 여부가 의문이다. 반대로 카펜터는 기량 면에서 불안하다. 국내보다 수준 낮은 대만리그서 10승 6패, 3.96을 기록했다. 이런 선수들을 잡으려고 서둘렀을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texan509@fnnews.com 성일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