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걸린 안전진단 강화…과태료 1000만원으로 낮춰
2020.12.29 06:30
수정 : 2020.12.29 06:30기사원문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정부와 여당이 재건축 안전진단 투명성 강화를 위해 추진 중인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29일 국회와 정비업계에 따르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9월 대표 발의한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는 내년 이후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 개정안은 재건축 사업에서 안전진단기관의 선정은 각 시‧도지사가 하고, 안전진단 부실 보고서에 대한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정부가 앞서 발표한 '6·17 부동산 대책'에서 내놓은 정비사업 규제 정비의 일환으로 추진된다. 재건축 안전진단 절차를 강화해 사업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한다는 취지에서다. 현재는 정비계획의 입안권자인 시장·군수·구청장이 안전진단기관을 선정하는데, 이들과 조합 간 유착으로 안전진단기관의 독립적인 업무 수행을 저해한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또 안전진단 보고서 거짓 작성과 달리 부실 작성에 대해선 처벌 규정이 없어 사후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행 도정법은 안전진단 보고서를 거짓 작성할 경우,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당정은 안전진단 보고서 부실 작성에 대해선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지난 6월 대책 발표 당시 2000만원 이하보다 절반 줄어든 것이다. 시설물 안전진단 등 유사한 제도와의 처벌 형평성을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현행법에선 교량, 터널 등 시설물에 대한 안전진단 보고서를 부실 작성하면 1000만원 이하 과태료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국회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하면서 향후 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당정은 당초 연내 법률 개정은 마친 뒤 내년 상반기쯤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이러한 계획과 달리 개정안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원회의 법안심사 소위에 막혀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개정안 시행까지는 상임위 법안심사 소위와 전체회의,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 통과가 필요하다.
조응천 의원실 관계자는 "아직도 상임위 심사 과정에 있기 때문에 '언제 시행이 된다, 안 된다'를 얘기하기가 섣부른 감이 있다"며 "1월에 임시회를 열고 논의하려고 하는데, 야당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정안이 1월 중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시행까지는 추가적인 시일이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안전진단 보고서의 부실 작성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등 제도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판단 기준이나 단속 절차 등은 하위법령에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정비업계에선 안전진단 강화로 재건축 추진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재건축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하면 정비구역 지정, 조합설립,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등 사업 절차를 진행할 수 없다. 서울 양천구 목동9단지는 지난 9월 2차 정밀 안전진단 결과 C등급을 받아 재건축 사업이 좌초된 바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안전진단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규제가 이어지면서 민간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리고 있다"며 "현재 규제에선 민간을 통한 주택공급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