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홍남기 재정 충돌, 근본 해법은 증세
2021.02.03 18:00
수정 : 2021.02.03 18:01기사원문
경제부총리가 당 대표의 국회 연설에 대놓고 태클을 건 것은 드문 일이다. 더구나 이 대표는 문재인정부 총리 출신이다. 홍 부총리는 '이낙연 총리'를 상사로 모셨다. 이러니 민주당이 발끈한 것도 이상하지 않다.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3일 "(대표의) 연설을 정무직 공직자가 공개 반박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잘못된 행태"라며 "즉각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이 (최고위원회의에서) 강력하게 제기됐다"고 말했다. 당 대변인이 '부총리 사퇴'를 공개한 것도 이례적이다.
우리는 먼저 이 대표와 홍 부총리가 감정을 추스르길 바란다. 집권당 대표와 경제사령탑이 얼굴을 붉혀서 나라 경제에 좋을 게 없다. 사실 재정 씀씀이를 두고 두 사람은 한동안 같은 방향으로 걸었다. 그 반대쪽에 이재명 경기지사가 있다. 이 지사는 "전쟁 중 수술비를 아끼는 자린고비"라며 기재부와 홍 부총리를 사사건건 걸고 넘어졌다. 홍남기·이재명 갈등에서 이낙연 대표는 오히려 홍 부총리 역성을 들곤 했다. 이번 대립은 오히려 예외다.
핵심은 돈이다. 추경이든 손실보상제든 어디서 돈을 조달할 것이냐를 두고 1년 넘게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 혼란을 매듭지을 때가 됐다. 우리가 제시하는 해법은 이렇다. 당장은 재정을 더 쓸 수밖에 없다. 추가 국채 발행은 불가피하다. 동시에 증세 논의도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우리는 당정이 두 가지를 병행 추진할 것을 제안한다.
현실은 어떤가. 이낙연도 홍남기도 증세에 대해선 입을 꼭 다물고 있다. 4월 서울·부산시장 보선을 앞둔 정치적 어려움을 모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증세를 외면할 순 없다. 참지도자라면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용기를 보여야 한다. 행여 이 대표가 '홍남기의 반란'을 감정적으로 처리하지 않길 바란다. 홍 부총리는 '곳간지기'로 할 말을 했을 뿐이다. 역설적으로 이번 대립은 코로나 이후 재정건전성을 새로 확립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 열쇠는 이 대표와 홍 부총리가 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