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를 둘러싼 심각한 오해

      2021.05.06 18:00   수정 : 2021.05.06 18:00기사원문
자동차 산업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단연 돋보이는 주력산업이다. 생산, 고용, 수출, 세수 등 주요 경제지표 면에서 우리 경제 전체의 10~15%를 차지할 만큼 중요한 산업이다. 자동차 산업 육성은 국가별로 다소 차이는 있으나 정책적 우선순위는 상대적으로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자동차의 미래 방향을 논할 때 늘 등장하는 단어가 "CASE"이다. "Connected(연결), Autonomous(자율), Shared(공유) & Services(서비스), Electric(전동화)"의 약자인 CASE의 중요한 한 축이 E(Electric)로 전동화를 통한 친환경차를 의미한다.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차로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미국 바이든 정부 출범과 함께 범세계적으로 탄소중립 정책이 확산되면서 친환경차 전략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친환경차 전략은 기업은 물론 정부도 글로벌 시장 추세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명하게 추진돼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의 현 상황은 친환경차에 대한 이해 부족 내지 오해로 부작용이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가장 기본적인 용어에 대한 오해에서 오는 위험이 매우 크다. 특히 친환경차의 핵심인 전기차(EV)에 대한 오해가 심각하다. 미국, 유럽 등 선도국에서 전기차는 순수전기차(BEV)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PHEV)를 통칭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전기차가 통상적으로 순수전기차로만 이해되고 있다. 이런 국내외 전기차에 대한 정의의 차이가 산업 전략 및 정책에 심각한 오류를 만들 수 있어 시급히 해소돼야 한다.

우선, 해외 주요국이나 전문기관에서 발표하는 전기차 방향을 순수전기차로만 국한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되고,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해석해야 한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전기차 판매대수 293만대 중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비중이 31%에 달한다. 독일은 주요국 중 가장 높은 50%이고 중국도 20%로 거의 전무한 우리나라와 확연한 차이가 있다. 향후 전망은 아직은 조심스러우나 최근 플러그인을 포함한 하이브리드차 전체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란 예측이 많아지고 있다. 이는 친환경차의 궁극적 목표인 탄소중립정책 실행 과정에서 자동차 운행 시 탄소배출만이 아니라 전기생산은 물론 자동차 및 부품 제조 등 전 과정으로 탄소배출 범위를 확대하는 전과정평가(LCA) 적용이 확산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전과정평가를 적용하면 자동차 운행 시 탄소배출이 거의 없으나 제조 시 탄소배출이 많은 배터리를 대량 장착하는 순수전기차의 총탄소배출량은 상반된 특성을 가진 하이브리드차나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와 유사하다는 분석이 있다.

결과적으로 친환경차 전략 및 정책에 큰 변화가 필요하다. 먼저 정부 정책 수립 시 친환경차 범주에 순수전기차만이 아니라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를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하이브리드차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아울러 모든 하이브리드차에 필수적으로 내연기관이 탑재되기 때문에 향후 내연기관이 소멸될 것이라는 오판을 해서는 안된다. 순수 내연기관차가 소멸되는 것이지 내연기관이 소멸되는 것이 아니다.
전과정평가 적용으로 플러그인을 포함한 하이브리드차 비중이 확대되면 더욱 그렇다. 세계 시장의 30~40%를 차지하는 중국이 2035년 신차 판매대수 중 하이브리드차 비중을 50%, 플러그인까지 포함하면 60% 이상으로 올리겠다는 계획도 눈여겨봐야 한다.


그릇된 상황 판단으로 수십 년 키워온 산업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길 기대한다.

주영섭 고려대 공학대학원 특임교수, 전 중소기업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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