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산업 주52시간제 강행, 재고를 바란다

      2021.06.17 18:00   수정 : 2021.06.17 18:00기사원문
정부가 소기업을 상대로 주52시간 근무제를 7월부터 예정대로 실시하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16일 "정부 설문조사에 응답한 50인 미만 사업장 가운데 93%가 '7월부터 주52시간 근무제 준수가 가능하다'고 답했다"며 이같이 결정했다. 주52시간제는 지난 2018년 대기업(300인 이상)을 상대로 처음 적용됐다.

중간 규모 사업장(50~299인)은 작년 1월부터 적용됐다. 이어 올 7월부터 5~49인 기업이 대상이다.

그런데 큰 변수가 생겼다.
바로 코로나 팬데믹이다. 소기업 중에는 주조, 금형, 용접 등 뿌리산업이 숱하게 많다. 이들은 제조업 피라미드의 맨 밑바닥에서 기업 경쟁력을 떠받치는 역할을 한다. 뿌리산업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3D 업종으로 꼽힌다. 그래서 고학력 내국인들은 취업을 꺼린다. 그 대신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빈자리를 채운다. 하지만 코로나 탓에 외국인 노동자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이 마당에 주52시간제를 강행하면 아예 공장 문을 닫으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라는 탄식이 곳곳에서 들린다.

고용부가 자체 조사를 근거로 주52시간제를 강행하는 것도 옳지 않다. 고용부는 작년 12월 고용부의 조사, 올 4월 고용부·중기부·중소기업중앙회가 공동으로 전문업체에 의뢰한 조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 자체조사는 물론 정부가 의뢰한 조사를 객관적으로 보기는 힘들다. 이들 조사가 맞다면 왜 중소기업중앙회를 비롯한 5개 경제단체가 지난 14일 한목소리로 준비기간을 달라고 요청했겠는가.

경제단체 역시 코로나 변수를 들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운 상황에서 보완책 없이 주52시간제를 시행하면 큰 충격을 주게 된다"며 "50인 미만 기업에도 대기업과 50인 이상 기업처럼 추가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매우 합리적인 요청이다. 사실 대기업에 추가 준비기간을 주고, 5~49인 기업엔 준비기간을 주지 않기로 한 결정이 오히려 이상하다.
미증유의 경제위기를 부른 코로나 변수를 무시한 정부의 결정을 재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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