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尹도 피할 수 없다..역대 검찰총장 수난사

      2021.10.03 17:25   수정 : 2021.10.03 17:2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연일 논란의 중심인 가운데, 역대 검찰총장 수난이 새삼 주목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7월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그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와 월성 원전 1호기 수사 등으로 정부와 계속 대립했다.

임기를 4개월 남기고 퇴임한 그는 “이 나라를 지탱해온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며 물러났다.

윤 전 총장은 이로써 14번째 ‘중도 하차’ 한 검찰총장으로 기록됐다. 지난 1988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한다며 2년 임기제가 도입됐지만 이후 22명 중 임기를 채운 총장은 8명에 불과하다.


■尹, 대선 출마 위해 총장직 내려놨나?
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총장 출신으로 대권에 도전하는 것은 윤석열 전 총장이 최초다. 역대 44명의 검찰총장 출신 중에 국회의원이 돼서 정치에 입문한 경우도 장영순(9대), 김종경(16대), 김기춘(22대), 김도언(26대) 등 4명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 대권후보인 홍준표 의원의 경우 15대 국회를 시작으로 5선과 당대표 등 다수의 정치 경력을 쌓았다. 윤 총장 후보는 총장 사임 후 3개월 뒤인 6월 대선 출마를 공식화 했다.

전정주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당시 여권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윤 전총장의 정권 주요 사건에 대한 수사를 부담스러워 했을 것”이라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해 검찰 힘을 빼던 상황에서 윤 전 총장이 자리를 지켰다면 검찰조직은 공소기능만 남는 사실상 껍데기 조직으로 전락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검찰 독립성 지켜야” 정부·정치권과 대립 끝 사퇴
윤 전 총장처럼 정부나 정치권과 갈등을 빚다가 직을 내려놓은 사례는 많다. 국민의정부 말기에 임명돼 참여정부 출발을 함께한 32대 김각영 총장(2002.11.11~2003.3.10)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진보 성향 강금실 변호사를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에 반발했다.

그는 “새 정부가 파격 인사라는 이름 아래 기준 없는 인사를 벌이고 있다”며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났다.

34대 김종빈 총장(2005.4.3~2005.10.17)은 윤 후보처럼 법무부 장관과 대립했다. 천정배 당시 법무부 장관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강정구 당시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를 하라고 사상 첫 수사 지휘권을 발동했다. 김 전 총장은 지휘권 발동을 받아들였지만 “검찰 독립성이 훼손됐다”며 직을 놓았다.

37대 김준규 총장(2009.8.20~2011.7.13)은 ‘검·경 수사권 조정’ 국면에서 당초 합의와 다르게 국회가 경찰의 수사 개시권을 포함한 법률안을 통과시키고 검찰 고위 간부의 사의 표명이 잇따르자 사퇴했다. 임기 만료를 고작 1개월여 앞두고 있었다.

39대 채동욱 총장(2013.4.4.~2013.9.30)은 ‘혼외자 의혹’이 제기되고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감찰에 나서자 사의를 표했다. 채 전 총장이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지휘했기에 정부에서 압박이 들어온 것 아니냐는 뒷말이 있다.

■바람 잘 날 없는 자리...사건·사고에 책임지며 사퇴
사건·사고에 ‘책임지는’ 차원에서 사직서를 낸 사례들도 있다. 주가조작에 정·관계 유력 인사 등이 연루됐다는 의혹이 있어 김대중 정부를 상처 입힌 ‘이용호 게이트’에 30대 신승남 총장(2001.5.26~2002.1.15)의 동생이 연루돼 구속되자 신 총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그 뒤를 이은 31대 이명재 총장(2002.1.17~2002.11.5)도 서울지검(현 서울중앙지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에 책임을 표하며 사퇴했다.

36대 임채진 총장(2007.11.24~2009.6.5)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사표를 냈다.

이 밖에 38대 한상대 총장(2011.8.12~2012.11.30)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포함한 자체 검찰 개혁안을 추진하다가 대검 내부의 반발에 부딪히는 바람에 밀려나다시피 물러났다.
2016~2017년 ‘국정 농단’과 탄핵 정국을 통과한 41대 김수남 총장(2015.12.2~2017.5.14)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구속되고 19대 대선에서 정권 교체가 이뤄지자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며 사퇴했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김해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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