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 개발사업은 성공일까요, 실패일까요

      2021.10.22 15:00   수정 : 2021.10.22 15: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과학 여기 어때'는 과학을 경험할 수 있는 여러곳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대신 어제의 역사적인 사건인 누리호 첫 발사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한국형 발사체 개발사업은 성공일까요, 실패일까요.

어제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가 만든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처음으로 발사됐습니다.



오후 5시 누리호의 1단엔진이 엄청난 화염을 내뿜으며 하늘로 날아오르는 모습을 여러분도 봤을 겁니다.

누리호 발사 이벤트가 끝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임혜숙 장관이 데이터 분석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브리핑 말미의 과기정통부 권현준 거대공공연구정책관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평정심을 갖고 있던 정책관은 발언 막바지에 울먹이기까지 했습니다.

"이번 발사는 비행시험입니다. 두번째 비행시험이 5월에 준비된 상황입니다. 개발 과정에 있는 상황이고, 개발과정을 성공과 실패라고 규정짓기는 어려울거 같습니다. 지금 항공우주연구원의 많은 분들이 계단 하나 남았다고 생각이 됩니다. 내년 5월에 성공시킬 수 있도록 격려 부탁드립니다."

21일 오후 5시, 누리호 점화 당시 손에 땀이 났습니다. 발사 순간 여러 취재원들이 했던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75톤 액체엔진 4개를 묶은 1단 로켓이 폭발하지만 않는다면 성공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여러 엔진을 하나로 묶는 것을 클러스터링이라고 합니다. 클러스터링은 단순하게 묶는 것이 아닙니다.

발사체가 하늘로 날아오를때 조금씩 틀어가면서 수직으로 올라가는 발사체의 발사 각도를 바꿔줍니다. 이게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함께 묶여 있는 엔진에 영향을 줘 최악엔 폭발할 수 있거든요.

어제 발사때 아무런 이상없이 정상적으로 작동했습니다. 그 모습을 화면으로 보면서 저는 성공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누리호를 취재하면서 참 많은 내용을 알게 됐습니다.

2019년 초 항공우주연구원을 취재했을때 우리가 우방이라고 부르는 미국도 발사체와 관련된 그 어떤 개발기술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3년 나로호 발사때 러시아의 1단 로켓을 사용했었죠. 그당시 러시아도 마찬가지였답니다. 자신들이 가져온 1단 로켓과 관련된 모든 설계 서류를 우리에게는 보여주지 않았고, 매일 일과가 끝나면 밀봉해서 보관했다고 하네요.

유럽과 중국, 일본, 인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의 엔진을 시험하려고 여러나라에 문의했지만 안된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합니다. 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였다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발사장과 시험설비를 만들고 마침내 발사체 엔진을 개발했습니다.

누리호의 엔진은 초당 1톤의 추진제를 쏟아 붓습니다. 또 대기압의 60배에 달하는 고압 상태에서 3300도의 화염과 배기가스를 초고속으로 내뿜어내죠. 이 엔진을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겁니다.

독자적으로 발사체 엔진을 개발했다는 것은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력으로 발사체를 개발한 국가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네번째입니다.

미국과 러시아, 유럽은 처음 개발할 당시 엄청난 인력과 예산을 투입했습니다. 중국은 옛 소련, 일본은 미국, 인도는 유럽의 엔진도입과 기술이전 등을 통해 발사체를 개발했다.

이번 누리호의 시험발사는 결론적으로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누리호 개발사업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사업기간이 2010년 3월부터 2022년 10월까지입니다.
누리호 개발사업은 내년 5월 한차례 발사가 남아있습니다. 성공과 실패를 구분짓는 것은 내년 5월에 해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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