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기업들, 기업다워져야

      2021.12.28 18:27   수정 : 2021.12.28 18:27기사원문
"가상자산은 이미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고, 그렇다면 우리가 선도해야 한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국가가 거래를 정상적으로 이뤄지게 행정서비스를 제공해야 세금을 걷겠다는 것도 정당화될 수 있다"(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꼭 5년 만이다. 지난 2017년부터 정부는 줄곧 가상자산을 범죄수단으로, 가상자산 기업은 범죄집단 정도로 금기시해왔다. 그사이 한국에서 가상자산·블록체인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기반으로 사업해보겠다는 기업들은 참 서러웠다.

뭘 하면 안된다는 법률 조항도 없이 무작정 안된다는 금지 조항투성이였다. '코인'이라는 사업 내용이 들어가면 법인 설립도 쉽지 않았고, 은행에서 법인 통장 하나 만들기도 어려웠다. 그러던 5년을 버티니 규제 목적이긴 하지만, 정부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하고 떳떳이 사업할 수 있게 됐다.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은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표를 얻겠다고 세금 부과일정까지 바꿨다. 5년이 그리 긴 시간도 아닌데, 가상자산 1세대 기업들은 그야말로 "나때는 말이야~~"를 읊을 수 있게 됐다.

그렇게 버텨 가상자산 사업자 지위를 갖춘 기업이 국내에 29개가 생겼다. 올해 첫걸음이니 내년에는 더 많은 가상자산 사업자가 생길 것이고, 곧 수많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인기 서비스가 등장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야말로 가상자산 산업이 시장을 형성하고, 대중적 소비자 기반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이제 가상자산 기업들도 기업다움을 갖춰야 할 순서다. 그동안 정부를 향해 사업할 수 있도록 해달라며 목청을 높이던 태세를 바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1000만 가상자산 투자자가 사용하는 거래소들은 시스템 안정성을 살폈으면 한다. 가상자산 시세가 요동치는데 거래소 시스템이 먹통이 돼 투자자가 자산을 거래하지 못하고 피해를 입는 말 안되는 상황을 다시 만들면 안된다. 일반 소비자가 알아듣기 어려운 기술용어를 늘어놓아 접근의 장벽을 만들어놓고 기술적 특성이라고 둘러대면 안된다. 기술장벽을 없애고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것이 서비스 회사의 역할이니 말이다. 1년에만도 3~4배씩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쉽고 편한 서비스로 시장을 확장하는 일보다 경쟁사 헐뜯기에 우선순위를 두면 안된다. 시장은 경쟁하는 곳이지 전쟁하는 곳이 아니다.


아직 성에 차지 않지만, 가상자산 사업을 할 수 있는 링이 정비되고 있다. 가상자산 기업들은 링 위에서 경쟁할 선수로, 소비자와 경쟁사에 대한 자세를 갖췄으면 한다.
그간 정부를 상대로 목청 높이느라 '기업다움'에 신경쓸 여력이 없었을 가상자산 기업들이, 급성장하는 신산업의 1세대 기업으로서 책임을 갖추고 시장을 키우는 '기업다움'을 정비해줬으면 한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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