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전의 마법사 전자전기(중)  

      2022.01.15 23:48   수정 : 2022.01.23 02:3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자전기는 상대국의 방공망을 교란·파괴함으로써 우군의 자유로운 작전수행을 보장하고 항공기의 생존 가능성을 높여 줄 뿐만 아니라, 적의 통신교란을 통해 지상군을 보호하는 등 현대전 수행에 필수적인 무기체계임이 증명됐다.

△전자전은 크게 적의 전자파 사용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전자방해 활동(ECM) △적의 전파방해에 대처하고, 아군의 전파이용을 확보키 위한 전자방해 방어 활동(ECCM) △전자전 정보획득을 위한 전자전 지원 활동(ESM) 등으로 나뉜다.

근현대 전사에 나타난 전자전 사례는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다양하게 전개된다.



1880년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분쟁 중 오스트리아는 이탈리아 정부의 송수신 무선 교신을 엿듣고 해독해 얻어낸 정치정보를 이용해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한 외교정책을 결정한 사례가 등장한다.

1911년의 이탈리아, 터키전쟁에서도 오스트리아의 첩보기관은 전자첩보수단을 이용해 로마와 이탈리아군이 상륙한 트리폴리 간의 무선교신을 모두 엿듣고 있었고 이탈리아군의 이동경로와 리비아에서의 군사작전의 진전상황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당장 수백마일 밖에서 벌어지는 군사행동을 일일이 추적하는 데 첩자나 실 기병을 동원하지 않고 과학기술적 방식을 이용한 최초사례라 할 수 있다.


1944년 6월, 2차 세계대전 시기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성공도 치열한 전자전 전개로 실패를 예방한 작전으로 평가된다.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전자전 사례는 베트남전쟁과 걸프전쟁(Gulf war)이다. 베트남전에서 미군은 강력한 전자전 항공기들을 동원해 적의 레이더와 방공미사일을 무력화시켰다.

이후 미국은 전자전의 중요성을 재인식해 군에 전자전 수행능력을 강화해 왔다.

■걸프전과 이라크전에서 전자전공격기의 활약
1991년 미국과 이라크 간에 벌어진 걸프전, 다국적군은 걸프전 발발 수개월 전부터 감시위성과 조기경보기 등을 동원, 이라크의 통신 지휘망과 제원, 레이더와 미사일 기지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수집했다.

이후 걸프전이 벌어지자 대규모 공습 이전에 먼저 EA-6B 프라울러(Prowler)기를 비롯한 전자전 공격기들을 출격시켰다.

전자전 공격기들은 이라크군의 방공망 레이더와 미사일 제어용 레이더를 교란했다. 결국 미 전폭기들은 공습 시에 이라크군의 SA-2 미사일의 피격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

걸프전에서 방공망이 무력화된 이라크군은 10년 후 2003년 벌어진 2차걸프전 '이라크전'에서도 방공망과 미사일 기지 강화에도 불구하고 더욱 참담한 패배의 결과를 얻는다.

이라크 전쟁 개전 2주일째인 2003년 4월 2일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남동쪽으로 160km 떨어진 알쿠트지역은 SA-6 지대공 미사일 등으로 무장한 이라크군 방공망이 밀집한 전략적 요충지로 지휘통제소와 3천여명의 공화국수비대 사단이 지키고 있었다.

미군은 목표인 바그다드로 진격하기 위해 반드시 알쿠트를 점령해야 했고 미공군은 ‘SEAD(Supression Enemy Air Defence)’ 작전을 펼친다.

SEAD 작전의 특징은 '방공망을 무력화' 작전으로 적의 방공레이더, 대공포, 지대공 미사일 등 방공망 패키지를 무력화시켜 아군 전투 폭격기 등 항공전력을 보호하기 위한 예방적 작전의 성격이었다.

미군은 EA-6B 프라울러 전자전 공격기를 선봉으로 작전을 개시했다. 그런데 이라크군은 레이더를 사용조차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미사일의 탐색기나 유도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파를 수집, 미사일의 위치를 탐지한 후, 방해전파를 송신, 미사일의 목표물 추적을 방해하거나 그 위치를 파악, 정밀 유도미사일을 날려 기지를 파괴하는 미군의 전자전 능력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당시 이라크의 첨단 SA-6 미사일 시스템은 가공할 위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레이더 시스템을 작동해 보지도 못하고 다국적군이 감행한 무차별 공습의 희생물이 되고 말았다.

이렇듯 이라크군 패배의 원인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최첨단 무기가 지배하는 전자전에 대비하지 못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라크전에서 맹활약을 펼친 EA-6B 전자전공격기는 양 날개에 폭탄 하나 달려 있지 않지만 강력한 전자파를 발신, 적 화력의 눈과 귀를 먹통으로 만들어 미래의 전장환경을 지배할 전자전의 진가를 증명했다.

■전파 수신 위치측정·감청·정보수집·통신교란→레이저, 고출력 고주파, 입자 빔...에너지 무기로 진화
2차대전 당시에 개발된 레이더의 개념은 표적의 위치를 식별하기 위해 목표에 레이더 펄스를 발사해 레이더 신호 방사시점으로부터 표적에서 반향되는 에코 신호수신 시까지 걸린 시간 차를 측정해 위치를 파악하는 정도였다.

사실 그동안 전자전은 이런 레이더의 약점을 이용하는 전투개념에 불과(?)했다. 레이더에서 나오는 적의 전파를 수신, 그 움직임을 정밀하게 탐지하는 정보수집 활동과 적이 미사일을 발사하려고 할 때, 미사일 발사를 저지 또는 지연시키고, 공격해오는 경우, 미사일의 비행 방향을 방해시켜서 다른 곳으로 날아가게 하는 방어활동, 전시에 적의 통신을 감청하고, 교란하는 통신방해 등이 전자전 활동이었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서 전자전의 개념은 전자공격(Electronic Attack)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전자공격은 적의 전투능력을 저하 또는 무력화시키기 위해 적 병력·장비·시설 등에 전자기 또는 전자파와 같은 전자적 에너지를 사용, 직접 타격하는 행위뿐 아니라 레이저, 고출력 고주파, 입자 빔 등 전자기 또는 지향성 에너지 무기를 사용, 적의 통신 및 레이더 등에 사용되는 전자장비 등을 무력화시키는 개념으로 치열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현대전은 유사시 실전 상황을 대비해 전자전 공격기뿐 아니라 최첨단 과학을 적용한 다양한 전자전 무기들을 총동원해 적의 눈과 귀를 먹게 하기 위한 전력개발에 사활을 걸고 매진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북한의 강한 통합방공체계와 전자전 수행능력에 대응하는 한국군의 전자전(Electronic Warfare) 대비 능력 강화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전력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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