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나타보다 '전철'타는 강사"…'일타강사' 요람 메가스터디교육의 비결
2022.01.24 07:03
수정 : 2022.01.24 10:17기사원문
(서울=뉴스1) 대담=서명훈 부장,신윤하 기자,조현기 기자 = '현우진, 경선식, 박장준…'
메가스터디교육엔 이른바 '일타강사(최고 인기 강사)'가 즐비하다. 외부에 있는 일타강사를 영입한 경우도 있지만 무명의 강사를 스타강사로 키워낸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21일 만난 손성은 메가스터디교육 대표에게 일타강사를 알아보는 비결을 물었다. 그는 "아주 비싼 포르쉐를 타는 강사와 아예 지하철을 타는 강사,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애매하게 쏘나타나 그랜저는 안 된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유는 간단했다. '쏘나타'형 중간 인재들이 지금 당장은 강의력이 더 좋을 수 있어도 '전철'형 인재들이 포텐셜은 더 좋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기나 약한 고리를 해결할 땐 '전철'형 강사들을 밀어붙였고 성공으로 이어졌다.
전철형 인재들이 더 나은 성과를 내는 것은 바로 '절박함' 때문이다. 강의에 모든 것을 던지려는 자세와 여건이 돼 있어서다. 여기에 메가스터디교육의 시스템이 더해지면서 일타강사로 발돋움한다는 설명이다.
손 대표가 이같은 안목을 가지게 된 것은 그의 경험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대학교 4년 동안 과외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책 들고 가서 1번부터 풉니다. 그게 레벨 원이고. 레벨 투는 수준에 맞게 문제 순서를 재조합하는 겁니다. 논리에 맞게 이거부터 먼저 풀고 그 다음에 5번 풀고 이렇게 순서를 정해서 가요. 그럼 불편하잖아요. 이제는 책 여러개 사서 오려붙여요. 내 논리대로 설명하려면 재조합을 하는 거죠. 커리큘럼대로 가르칠 필요는 없거든요. 재조합해서 가르쳐도 되거든요. 1단원, 3단원 같이 설명하고 그런 식으로 믹싱해서 콘텐츠 따로 만들어 버리는 게 더 효율적일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사물을 보고 어떻게 재해석하고 재구성해 내야 독창적인 뭔가가 나옵니다. 강의는 그런 측면이 강합니다."
◇"현우진 등 스타강사 선발? 소나타 타는 강사 말고, 지하철 타는 강사를 영입해야"
손 대표는 현재 '수학 1타 강사'로 불리는 현우진 등 스타강사들을 육성·영입한 '미다스의 손'이다.
스타강사 육성이 꽃길만은 아니었다. 2014년 당시 1타 수학강사이던 신승범이 메가스터디에서 이투스로 이적하면서 메가스터디는 위기를 맞았다. 홀로 연매출 300억~500억원을 내던 신승범 당시 성북메가스터디 원장이 이적하고 이투스가 업계 1위로 부상했다. 손 대표가 메가엠디에서 메가스터디교육으로 돌아왔을 때였다. 업계에서는 '메가스터디 망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다급해진 손 대표는 자사 강사 발굴 시스템을 뒤졌다. 인터넷 강의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강사가 눈에 띄었다. 평가를 위해 찍어둔 강의 몇 개를 들어본 손 대표는 온라인 사업본부장에게 "이 양반 무조건 데리고 와라"고 했고 그와 일주일만에 계약했다. 현우진이었다.
'경선식 영단어'로 잘 알려진 스타 영어강사 경선식도 그렇게 발굴했다. 메가스터디 영어 과목 경쟁력이 약하던 2002년 아무리 대치동에서 유명한 강사를 영입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러자 메가스터디는 당시 기술고시 준비생인 백수, 경선식을 영입했다. 손 대표는 "배드민턴이나 치는 백수를 영어 강사로 데려왔다"며 웃었다.
손 대표는 "2000년대 초반에는 수능 시험 과목이 많아 영어는 고등학교 1~2학년 때 마스터하고 3학년때는 거의 공부하지 않던 때였다"며 "'수능 시장에서는 영어 수요가 적으니 반대로 가보자'해서 정말 영어를 못하는 '영포자'를 대상으로 경선식 강사의 콘텐츠를 공급했다"고 설명했다. 학원에 가도 없던 '영포자'용 콘텐츠의 수요는 충분했고, 경선식 강사의 잠재력도 터졌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2008년 메가엠디에서는 '고졸'을 강사로 채용했다. 당시 의학전문대학원 입시를 위해 미트, 디트 등의 시험 과목을 가르치는 강사들은 대부분 박사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파격적이었다. 이는 어떤 문제가 출제되는지 살펴 본 손 대표가 '고등학교 물리·화학과 별 다른 것도 없다'고 생각한 뒤 내린 결정이었다.
손 대표는 "고등학교 물리·화학은 이공계 대학생 1학년이 전공 기초 필수로 배우는 것과 사실은 80% 가량 겹친다. 중학교 과학시간에 배우는 것과 고등학교 물리·화학도 70%는 겹친다"며 "당시 '뭐 이런 걸 박사가 가르쳐? 내가 봤을 땐 박사가 가르칠 필요 없는데? 고졸이 가르쳐도 돼' 생각할 정도였다"고 설명했다.
손 대표는 학원을 열었다가 파산해서 신용불량자가 된 고졸 청년 3명을 메가엠디에 투입했다. 시험 문제와 학생 중심으로 사고하는 파격적인 선택과 정확한 안목은 이번에도 들어맞았다.
◇ "말 한마디 잘못했다 메가스터디교육 합류…전 영역 1등 꿈꾼다"
손 대표가 메가스터디교육에 합류하게 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엄밀하게 '말 한마디 잘못한' 때문이다.
손 대표의 형인 손주은 메가스터디 회장은 2000년 온라인 교육 서비스를 구상하고 있었다. 첫 회의 시간. "서버 구축하고 개발하려면 최소 8억원은 들겠는데…" 계산이 나올 때쯤 누군가 다른 의견을 냈다. "5000만원이면 될 것 같은데?" 대학교에서 전자공학을 전공하고 당시 신세계통신(現 SK텔레콤)에서 근무하던 손성은 현 메가스터디교육 대표의 말이었다.
"손주은 회장님이 오라고 해서 회의에 갔고, 물어보니까 가볍게 말해준 거에요. 그게 계기가 돼서 5000만원으로 개발하래서 개발했습니다. 처음 법인 설립 때 자본금을 10억원으로 얘기하더니 제 한 마디에 자본금이 3억원이 됐어요. 그렇게 말 한 마디 잘못했다가 메가스터디에 합류하게 됐죠."
그날 회의를 기점으로 손 대표는 22년째 교육 업체에 종사하고 있다. '어떻게 하다보니까' 시작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손 대표는 직원이 한 명도 없던 법인을 국내 굴지의 교육업체 메가스터디교육으로 일궜다.
손 대표는 부족한 영역은 끈질기게 메워나가며 사세를 확장해 왔다. 그의 최종 목표는 '전 영역 1등'이다. 그는 "아직 1등을 못한 영역이 있다. 초등은 아직 2등이고 공무원 교육도 아직 1등이 아니며 코딩은 한참 더 가야한다"며 "전 영역 1등 하는 것이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자본금 3억원으로 시작한 메가스터디교육을 2025년까지 매출 1조5000억원, 영업이익 2500억원 수준으로 성장시키겠다는 게 손 대표의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