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 업고 몸집 불린 ETN, ETF와 경쟁 본격화
파이낸셜뉴스
2022.01.25 17:48
수정 : 2022.01.25 18:04기사원문
'마이너스 유가' 로 한때 주춤
지난 1년간 시장규모 58% 팽창
지표가치 총액 9조516억 달해
장기투자 등 상품 다양화도 한몫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ETN 시장 지표가치 총액은 9조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8조8163억원을 기록한 후 이달 들어 9조원을 돌파한 셈이다. 지표가치는 투자자가 만기까지 ETN을 보유할 시 증권사로부터 상환 받는 금액으로 ETF 순자산가치(NAV)와 대응되는 개념이다.
그러다 2021년 한 해 동안 지표가치 총액 규모가 58.43%(3조2516억원) 증가하며 시장의 몸집이 빠르게 불어났다. 증시가 활황을 맞으며 증권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가 몰린 결과다. 레버리지·인버스 등 단기간에 사고파는 상품이 주였던 ETN 시장에 장기투자 상품들이 편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지난해 말 상장 종목 수는 전년(121종) 대비 2배를 훌쩍 넘는 270종까지 늘었다.
금융당국도 발맞춰 △'대표지수 추종형' 상품 출시 허가 △해외형 ETN 출시 △자진상장폐지 요건 완화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이후 증권사들은 금, 은, 원유, 구리 등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들을 줄이어 선보였다. 지난해 10월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7개 증권사가 ETN 24종을 한꺼번에 내놓으며 판을 키웠다. 이달 한때 2014년 11월 개장 이후 처음 지표가치 총액이 9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각각 55%, 25% 넘게 뛴 서부텍사스유(WTI), 구리 등 원자재 값이 이를 뒷받침했다.
현재 수익률도 눈에 띈다. 지난 24일 기준 '미래에셋코스닥150Auto-Ko-P2212-01'은 올해만 32.46% 성과를 냈다. 뒤를 이은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29.86%),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29.38%), 대신2X니켈선물(28.03%), QV레버리지WTI원유선물(27.91%) 등도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ETF 시장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24일 기준 전체 ETF 순자산총액은 72조원을 제쳤다. 상장 종목 수 역시 540개에 달한다. 이는 ETF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데다 ETN이 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시장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탓이다.
여전히 투기 상품이라는 인식과 퇴직연금 자금을 흡수할 수 없는 점도 넘어야 할 고비다. 펀드로 분류되는 ETF와 달리 파생결합증권인 ETN은 만기에 원금 대비 손실이 40% 넘는 상품에는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수 없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박사는 "기초지수를 비롯해 금, 은, 니켈 등으로 상품이 다양화되면서 투자자 관심이 커졌고 원자재 선물 등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것 대비 위험도가 낮은 것도 장점"이라며 "다만 투자 대상 관련 이슈 및 가격 등락 추이를 눈여겨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대표지수 ETN 출시가 허용되며 기존 원자재와 양매도 등 전략·변동성 지수 등에 특화됐던 상품 영역이 확대됐다"며 "이들 상품의 유동성과 가격 형성의 효율성이 담보된다면 ETF와의 본격적인 성과 경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4분기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ETN 매출액 규모는 상승 반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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