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상승 업고 몸집 불린 ETN, ETF와 경쟁 본격화

      2022.01.25 17:48   수정 : 2022.01.25 18:04기사원문
지난해 펀드 시장을 뜨겁게 달군 상장지수펀드(ETF) 성과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한 상장지수증권(ETN)가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힘입어 이에 투자하는 상품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국내 ETN 시장 지표가치 총액은 9조51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8조8163억원을 기록한 후 이달 들어 9조원을 돌파한 셈이다. 지표가치는 투자자가 만기까지 ETN을 보유할 시 증권사로부터 상환 받는 금액으로 ETF 순자산가치(NAV)와 대응되는 개념이다.

앞서 ETN 시장은 개장 이듬해인 2015년말 지표가치 총액 6360억원에서 3년 만인 2018년말 4조3307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이후 2019년(4조8516억원), 2020년(5조5647억원) 정체기를 맞았다. 특히 2020년엔 '마이너스 유가'라는 초유의 사태가 닥치며 원유 ETN을 둘러싼 손실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 성장이 멈췄다.

그러다 2021년 한 해 동안 지표가치 총액 규모가 58.43%(3조2516억원) 증가하며 시장의 몸집이 빠르게 불어났다. 증시가 활황을 맞으며 증권 시장 전반에 대한 투자가 몰린 결과다. 레버리지·인버스 등 단기간에 사고파는 상품이 주였던 ETN 시장에 장기투자 상품들이 편입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지난해 말 상장 종목 수는 전년(121종) 대비 2배를 훌쩍 넘는 270종까지 늘었다.

금융당국도 발맞춰 △'대표지수 추종형' 상품 출시 허가 △해외형 ETN 출시 △자진상장폐지 요건 완화 등의 방안을 제시하며 시장 활성화에 힘을 보탰다.

이후 증권사들은 금, 은, 원유, 구리 등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상품들을 줄이어 선보였다. 지난해 10월엔 삼성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 7개 증권사가 ETN 24종을 한꺼번에 내놓으며 판을 키웠다. 이달 한때 2014년 11월 개장 이후 처음 지표가치 총액이 9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각각 55%, 25% 넘게 뛴 서부텍사스유(WTI), 구리 등 원자재 값이 이를 뒷받침했다.

현재 수익률도 눈에 띈다. 지난 24일 기준 '미래에셋코스닥150Auto-Ko-P2212-01'은 올해만 32.46% 성과를 냈다. 뒤를 이은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29.86%),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29.38%), 대신2X니켈선물(28.03%), QV레버리지WTI원유선물(27.91%) 등도 양호한 수익률을 달성했다.

하지만 아직 ETF 시장 규모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지난 24일 기준 전체 ETF 순자산총액은 72조원을 제쳤다. 상장 종목 수 역시 540개에 달한다. 이는 ETF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데다 ETN이 투자자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시장 관심에서 멀어져 있는 탓이다.

여전히 투기 상품이라는 인식과 퇴직연금 자금을 흡수할 수 없는 점도 넘어야 할 고비다. 펀드로 분류되는 ETF와 달리 파생결합증권인 ETN은 만기에 원금 대비 손실이 40% 넘는 상품에는 퇴직연금으로 투자할 수 없다.


이한구 금융투자협회 박사는 "기초지수를 비롯해 금, 은, 니켈 등으로 상품이 다양화되면서 투자자 관심이 커졌고 원자재 선물 등 파생상품에 직접 투자하는 것 대비 위험도가 낮은 것도 장점"이라며 "다만 투자 대상 관련 이슈 및 가격 등락 추이를 눈여겨 볼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전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시장대표지수 ETN 출시가 허용되며 기존 원자재와 양매도 등 전략·변동성 지수 등에 특화됐던 상품 영역이 확대됐다"며 "이들 상품의 유동성과 가격 형성의 효율성이 담보된다면 ETF와의 본격적인 성과 경쟁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4·4분기 이후 원자재 가격 상승과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ETN 매출액 규모는 상승 반전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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