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의 벽' 부딪힌 삼성… "차세대 D램 개발 궤도수정" [김경민의 적시타]

      2022.04.12 18:44   수정 : 2022.04.13 10:16기사원문
삼성전자가 초격차 전략의 일환으로 야심차게 추진한 10나노 초반대 D램인 1b(5세대·12~13나노급) 개발에 차질을 빚으면서 비상이 걸렸다.

핵심사업인 메모리반도체 초격차 전략의 궤도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차선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압도적 기술력으로 메모리 업계의 절대강자로 군림했던 시장지배력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1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 결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선행개발을 담당하는 반도체연구소는 최근 10나노 초반대 D램인 1b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중도 포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하반기 1b D램 전담팀(TF)까지 신설해 프로젝트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결국 '나노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다.

이와 관련, 회사 관계자는 "연구를 진행하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1b 중도 포기(드롭) 내용 안내메일이 전송됐다"면서 "지금까지 진행한 1b 연구는 실패라는 결과를 인정하고 백지화한다는 뜻이며, 이후 연구방향에 대해서는 심도 있는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요동치는 가격변동성을 생산성으로 극복하고, 대규모 투자사이클을 유지해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이 메모리사업의 구도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경쟁사보다 1~2년 빠른 압도적 기술력과 낮은 원가를 내세운 초격차 전략으로 시장을 평정해 왔다. 하지만 차세대 D램 개발에 차질을 빚으면서 미래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한 것으로 지적됐다.

삼성전자가 차세대 D램 개발에 실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 28나노 D램 양산을 포기하고 곧바로 25나노로 점프, 개발에 성공한 적도 있다. 그러나 이는 1년에 10나노 계단도 넘어가던 20나노 중·후반대 시절의 얘기다. 현재 10나노 초반대와는 공정 난이도 수준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15나노급(1z)에서 지난해 10월 14나노(1a) 양산까지 1나노를 넘어가는 데 2년의 시간이 걸렸다.

1b D램 개발을 통해 후발주자와 간격을 더욱 벌리려 했던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 제동이 걸리면서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의 추격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업계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해 2위 SK하이닉스와 3위 미국 마이크론은 지난해 14나노(1a) 양산을 각각 발표하며 1나노 싸움을 벌이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 중 누가 먼저 1b 양산을 시작, 시장 주도권을 쥐느냐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1b D램은 반도체 선도기업으로서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한 것이었다"며 "궤도는 수정했으나 나노 기술은 경쟁사에 비해 여전히 앞서 있다"고 밝혔다.


한편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로 성인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 정도다. 나노 단위는 반도체 미세공정의 척도로 D램 업체들은 웨이퍼 한 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칩을 늘려 생산원가를 낮추는 미세공정 기술개발에 주력해왔다.
도화지에 더 얇은 붓(미세공정)으로 더 많은 반도체를 그리는(생산) 것과 같은 이치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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