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위터 인수가 재협상에 무게

      2022.05.14 03:40   수정 : 2022.05.14 03: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를 보류한다고 밝힌 것은 인수가를 낮추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앞서 머스크는 13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 인수를 보류하고 있다고 트윗을 올린 바 있다.

가짜·스팸 계정이 트위터 전체 계정의 5%에 불과하다는 회사측 주장을 믿기 힘들다며 이를 실사하겠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트윗에서 자신의 인수 의지는 여전하다며 인수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트위터 주가는 급락했다.

위약금 10억달러가 다가 아냐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중단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지난달 맺은 계약에 따라 10억달러 위약금을 내야 한다.


문제는 위약금만 내고 계약을 물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CNBC에 따르면 위약금을 내면서 계약을 파기하기 위해서도 조건이 필요하다.

계약을 마무리할 수 없는 불가피한 외부조건이 있어야만 인수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규제당국이 그의 트위터 인수에 제동을 거는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지금과 같은 주식시장 폭락세 여파로 트위터 시가총액이 90억달러 넘게 사라졌다는 점은 계약 파기 이유가 될 수 없다.

머스크가 바가지를 썼다며 트위터 인수 계약을 무조건 철회하면 소송에 직면할 수 있다. 10억달러 위약금으로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노림수는 가격 인하
머스크, 또 그에게 자금을 대는 피델리티를 비롯한 투자자들이라고 이런 사실을 모를리는 없다.

돌연 인수 보류를 들고 나온 것은 이들 나름대로 생각이 있음을 뜻한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가를 재협상을 통해 낮추기 위해 정지작업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위터는 이날 오후장 들어 9% 더 하락했다. 머스크가 주당 54.20달러에 트위터를 인수하기로 합의한 이후 주가가 23% 폭락했다. 54.20달러에 크게 못미치는 40달러 선에 거래되고 있다.

이달들어 기술주가 폭락한 것이 부분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머스크가 정말로 트위터를 인수할지에 대한 의구심이 저조한 주가 흐름으로 이어졌다.

번스타인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 토니 사코나기는 "이는 아마도...협상 전술인 것 같다"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을 기회로 머스크가 실제 사용자 수를 들먹이며 인수가 재협상을 유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외부 투자자
머스크는 세계 최대 부자이기는 하지만 이번 트위터 인수에 외부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인수대금 440억달러는 머스크가 즉각 동원 가능한 현금 규모를 크게 벗어나기 때문이다.

혼자만 위험을 부담하기도 어려운 규모다.

머스크가 인수가를 낮추려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이들 외부 투자자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재협상 불가피할 듯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 약속은 지킨다고 다짐하기는 했지만 그가 인수를 실제로 포기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예고한 뒤 테슬라 주가가 폭락하고 있는 것이 이유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한 달간 24% 폭락했다.

기술주 폭락세 이유도 있지만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에 한눈을 팔아 테슬라 경영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머스크가 이를 인식해 위약금 10억달러와 이후 소송에 따른 추가 손실을 감수하고라도 테슬라 주가 폭락을 막아야겠다고 판단하면 인수 포기를 결정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그의 명성, 신뢰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어 가능성은 낮다.

대신 머스크와 트위터는 재협상을 통해 인수가격을 낮추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전례도 있다.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 모에 헤네시(LVMH)가 미국 보석상 티피니를 인수하던 때에도 LVMH가 인수계약 중단을 통보했고, 소송 끝에 결국 가격을 낮춰 인수가 마무리된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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