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 구분하는 기준은 예술 감상·창작 능력"

      2022.09.21 18:12   수정 : 2022.09.21 18:12기사원문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이 미술상을 받는 시대에 우리는 'AI가 만든 작품이 예술인가? AI가 예술가가 될 수 있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지게 된다. 하지만 결국 최종 질문은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될 것이다."

21일 파이낸셜뉴스 주최로 서울 강남구 조선팰리스 더 그레이트홀에서 열린 제9회 대한민국 문화콘텐츠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담당한 이진준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미래 인간과 AI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은 예술을 감상할 수 있거나 창작할 수 있는 능력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이것이 인간을 규정하는 중요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에서 조소과 학사와 미술대학원 석사를 마쳤다. 이후 영국왕립예술대학원 현대미술 석사,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순수미술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와 뉴미디어 작가로 활동 중인 '르네상스형' 인간이다.
2021년에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 벤저민 프랭클린, 세계적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등 인류의 지적 발전에 혁신적 공헌을 한 인물에게 수여하는 영국 왕립예술학회 종신석학회원 자격을 부여 받았다.

이 교수는 "아트&테크라는 말을 단지 예술과 기술의 물리적인 결합으로만 보지 말고 '예술에서부터 기술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학문과 지식의 총체적 결합'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 교수는 상암 디지털미디어 시티에 설치된 그의 대형 설치작품 '그들(They)'을 통해 아트&테크의 개념을 재정의했다. '그들'은 두 명의 얼굴이 서로 교차하고 있는 모습을 한 거대한 조형작품이다.

"작품 외형은 유리로 된 삼각형을 이어붙여 만들었다. 여름과 겨울 온도에 따른 유리 팽창률, 조명 온도로 인해 구조가 변할 수 있는 부분은 구조공학자의 도움을 받아 완성했다. LED 전구 색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자 전문가, 전파방해를 막기 위해서는 통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며 뉴미디어 아트에서 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현대 예술을 정의하는 핵심 키워드로 △협업과 상호작용 △열려 있는 자세와 탈중앙화 △모호함을 꼽았다. '그들'의 사례처럼 현대 예술은 다양한 학문, 기술, 지식의 결합을 통해 이뤄진다. 아울러 예술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것뿐 아니라 전시와 감상 과정에서 관객과의 상호작용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작품 완성도는 단지 표현하는 사람이 만든 창작물에 대한 아름다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수용하는 사람이 어떻게 감상하는가에 있는 것"이라며 '수용자의 미학'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내 소개를 네이버와 위키피디아에서 각각 찾아보면 네이버는 공인된 1곳(중앙집중화)의 정보를, 위키피디아는 수많은 사람이 올린 정보(탈중앙화)를 제공하고 있다"며 "위키피디아에서는 누구라도 내 사진을 수년 전에 찍은 것이 아닌 지금 사진으로 바꿔 올릴 수 있다"고 설명하면서 어떤 정보를 신뢰할 것인지는 수용자의 문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트&테크는 미래 세대와의 대화이며 모호함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뉴미디어 아트는 새롭고, 모호한데 예술 자체가 모호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이라며 "뉴미디어 아티스트는 예술가인 동시에 과학자, 철학자이며 이 모두를 총괄하는 지휘자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특별취재팀 신진아 이환주 김동규 이주미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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