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 유출 처벌 강화 속도내야
2022.11.29 19:33
수정 : 2022.11.29 19:33기사원문
중국 업체들이 장악한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은 2000년대 초만 해도 한국 기업들이 지배하던 시장이었다. 그러나 정부의 첨단산업 지원책을 등에 업은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우면서 한국의 LCD 전성기는 끝을 맞았다.
중국은 이제 한국의 올레드 기술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올레드 기술탈취 시도는 더 은밀하게 이뤄진다. 구직·채용 전문 SNS 플랫폼인 '링크드인'을 통해 한국의 디스플레이 개발자들에게 개별 접촉해 기존 연봉의 10배가량에 달하는 파격적 제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중국 업체로 가면 기술 노하우만 전달하고 토사구팽 당한다는 인식이 높아졌지만, 중국 자본의 유혹을 단칼에 거절하기도 어렵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문제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 핵심기술 유출이 국가경쟁력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범죄인데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2018~2022년 총 506건의 기술유출 사범이 검거됐는데, 이 중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는 경우는 재판에 넘겨진 88건 중 4명(4.5%)에 불과했다.
첨단산업 기술유출 처벌 수위를 상향하는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여야 쟁점법안에 밀려 실질적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2월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산업기술 유출에 따른 손해배상액 한도 3배에서 5배로 상향, 유출자 신상정보 공개를 골자로 발의한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1년9개월간 소관위에 계류 중이다. 첨단산업은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먹거리다. 핵심 기술·인력을 지키기 위한 국가 차원의 진지한 논의가 시급한 때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산업IT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