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회 소음 스트레스' 어느덧 1년…용산주민들 "진짜 이사 가야 하나"
2023.03.26 06:31
수정 : 2023.03.26 09:56기사원문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 = "진짜 이사가야 하나 고민이네요"
용산 대통령실과 인접한 삼각지고가 쪽에 거주하는 황모씨(35·여)는 25일 <뉴스1>에 "1년 전과 너무 달라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황씨는 "지난해에는 대규모 집회가 있는 주말만 (소음이) 좀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에는 평일도 비슷하다"면서 "이사 가는 것 말곤 방법이 없는 것 같단 생각이 든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를 비롯한 삼각지역 주민들 '삶의 질'이 1년 만에 달라졌다.
이전까지는 도심과 인접해 출퇴근이 편하고 공원도 가까워 주민들의 주거 만족도가 높은 편이었지만, 지난해 대통령실이 들어온 뒤 반복되는 집회 소음에 시달리며 뚝 떨어진 것이다.
주말뿐 아니라 평일에도 정부를 비판하는 노동계·시민사회단체의 집회가 열리고 시위 규모도 많게는 수만명까지 몰려 소음 피해는 더 커지는 상황이다. 장시간 울려 퍼지는 음악과 노랫소리에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주민들도 적지 않다.
삼각지역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가 열린 전날(25일) 만난 주민 A씨는 "저런 음악은 도대체 왜 계속 트는거냐"며 "주장을 말하는 것도 아니고 노래자랑과 같은 행동을 왜 굳이 여기서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물론 주민들이 뒷짐만 지고 있는 건 아니다. 온라인 청원사이트 '청원24'에 집시법 개정 청원 글을 조직적으로 올리고 있고, 국회·경찰 등에 민원전화를 넣자며 서로 독려하는 등 대응 중이다.
◇ 소음 스트레스, 삼각지역 인근만이 아니다?
문제는 집회·시위로 인한 불편이 점차 서울 도심 다른 지역으로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삼각지역 인근뿐 아니라 사회 초년생들이 많이 모여 사는 숙대입구·남영역 일대 그리고 유동인구가 많은 광화문 일대도 집회로 불편을 겪고 있다.
광화문·시청·숭례문·서울역 일대에서 집회를 열고 세종대로·한강대로 등을 거쳐 대통령실 인근인 삼각지역까지 행진하는 빈도수가 늘어나면서다.
남영역 근처에 신혼 살림을 차린 A씨는 "얼마 전 퇴근길에 시위 인파에 둘러싸여 한참을 고생했다"며 "움직이지도 못하는데다 일부 시위자들이 역 근처 곳곳에서 담배를 피면서 머리도 너무 아팠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 '소음 측정 전광판 차량'까지…민주노총 집회서 첫 등장
시위로 인한 소음이 심해지자 경찰은 이번 주말 처음으로 '소음 측정 전광판 차량'을 집회 현장에 투입했다. 소음에 적극 대응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경찰은 전날 오후 대학로 일대에서 열린 민주노총 '노동자 대투쟁 선포 전국노동자대회'와 산별노조의 결의대회에 처음으로 소음 측정 전광판 차량을 배치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고 소음 95㏈, 등가(평균) 소음 75㏈이 기준"이라며 "10분 동안 측정해서 소음 기준이 넘으면 경고한다"고 설명했다.
현행 집시법 제14조는 '주최자가 기준을 초과하는 소음을 발생시켜 타인에게 피해를 줄 때는 그 기준 이하의 소음 유지 또는 확성기 등의 사용 중지를 명하거나 확성기 등의 일시 보관 등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등가(평균)소음도 기준으론 바로 옆에서 사람이 말하는 수준인 주간 65㏈이 넘어가선 안된다. 최고소음도 기준은 지하철이나 버스가 내는 소음과 비슷한 수준인 85㏈(주간 기준)로, 1시간 동안 3번 이상 기준을 넘을 경우 집시법 위반이 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23일 열린 '주말 도심 집회 점검 회의'에서 대학로에서 큰 소음이 발생하면 인근 서울대 어린이병원 환자에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며 "집시법상 기준치보다 낮은 소음을 유지해줄 것을 주최 측에 요청한다"고 말했다.
실제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어린이병원 옆에 설치된 소음 측정 전광판 차량에서 데시벨 기준치가 넘자, 전광판에 확성기 사용을 중지해달라는 문구가 뜨기도 했다.
만일 소음기준을 초과할 경우 경찰은 △기준이하의 소음 유지명령 △확성기 등 사용 중지 명령 △확성기 일시보관 등 행정 제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