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F ‘승자독식’ 심화… 상위 1%가 전체 순자산 27% 차지

      2023.03.26 18:17   수정 : 2023.03.26 18:17기사원문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규모가 90조원 달성을 눈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상위 1%가 전체의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상품이 속속 출시돼도 자금은 결국 위로만 빨려 올라가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된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690개 ETF의 합산 순자산총액(23일 기준) 88조8822억원이다. 이 가운데 상위 1%에 해당하는 7개 상품의 비중이 26.68%(23조7132억원)로 나타났다.


1년 전에는 543개 ETF 중에서 5개 상품의 순자산총액이 19.80%였다. 최상위권과 나머지의 격차가 더 벌어진 셈이다. 상위 6개(22.38%)로 따져도 4%포인트 이상 높다.

이는 투자자들이 상품 그 자체보다 운용사나 ETF 브랜드를 중심으로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이나 인적 뒷받침이 되는 상위 2개 회사(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가 대표지수, 채권, 테마 등 대부분 영역에 걸쳐 상품을 내놓은 터라 비집고 들어가기가 녹록지 않다.

기관투자자들은 안전성을 추구하는 만큼 대형사가 굴리는 몸집이 큰 펀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최근 1년 새 순자산총액 2조원 이상 ETF는 4개에서 9개로 늘었는데 전부 양대 운용사 상품이다.

돌파구를 찾은 운용사들도 있다. KB자산운용은 20개 넘는 채권 ETF 라인업을 갖추며 이 부문에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해가고 있다. 'KBSTAR KIS종합채권(A-이상)액티브'는 1년 새 6500억원 넘게 끌어모으며 '1조 클럽'에 입성하기도 했다.

한화자산운용은 테마형에 중점을 뒀다. 방산·우주항공·유니콘기업·대체투자 등 신유형 발굴에선 단연 눈에 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베트남·인도네시아 ETF에 주력하고 있다.

그럼에도 상위 2개 운용사가 점유율 79.3%(23일 기준)를 기록하고 있는 만큼 '양강 구도'가 깨지긴 어렵다는 게 일반적 판단이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되면 중소운용사들은 ETF 출시 의지를 상실할 수도 있다.

산업 리서치나 상품 개발에 자본과 시간이 대거 소요되는데 투입한 만큼 회수를 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될 경우 굳이 자원을 투입할 이유가 없다. 실제 운용 상품이 5개 이하인 운용사가 전체 23곳 가운데 절반이 넘는 13곳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택권을 제한받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과점체제로 시장이 견인되면 경쟁이 느슨해져 보수 결정에서 공급자 입김이 세질 수밖에 없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든든한 계열사를 가진 운용사들은 기관 자금을 수혈해줄 수 있어 상장 초기에 대폭 성장할 수 있고, 향후에도 탄력을 받는다"며 "시장점유율이 다소 뒤지더라도 절대치가 크기 때문에 투자와 사업 영위 여력이 있는 미국시장과는 다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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