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하다 주민센터 뛰어가고, 네이버는 먹통되고...'경계경보' 발령문자 대혼란

      2023.05.31 16:08   수정 : 2023.05.31 16:0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갑자기 왠 경계경보야?". "대피는 어디로 가라는거야?"
북한이 5월 31일 새벽 서해상으로 우주발사체를 발사하자 서울과 경기지역 곳곳에선 '경계경보' 발령 문자로 대혼란이 벌어졌다. 출근을 준비하던 직장인들은 주민센터로 뛰어가는가 하면, 네이버 앱은 접속자가 폭주해 한시적으로 먹통이 되기도 했다. 뒤이어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이라는 문자가 오자 시민들은 정부의 문자 발송이 신중하지 못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코로나19 기간 동안 재난문자 발송이 너무 빈번해졌다는 지적에 따라 재난문자 발송 방식을 개선한 지 일주일 만에 발생해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상 사이렌에 시민들 '발 동동'


31일 오전 6시32분쯤 서울시에 공습경보를 알리는 비상 사이렌이 약 1분가량 울렸다. 이후 6시 41분에는 "서울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위급 재난 문자가 발송됐다.


서울시의 경계경보 발령은 22분 뒤 행정안전부에 의해 오발령으로 정정됐다. 행안부는 7시 3분 "06:41 서울특별시에서 발령한 경계경보는 오발령 사항임을 알려드림"이라는 정정 문자를 위급 재난 문자로 발송했다.

출근을 할지, 대피를 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민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양모씨(32)는 "경계경보가 울려 집 근처 주민센터로 뛰어갔으나 아무런 안내를 받지 못했다"며 "며칠 전부터 북한이 미사일을 실험발사할 것이란 사실을 알려온 마당에 왜 경계경보를 내렸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재난문자가 경계경보 발령 시각보다 9분 늦은 점, 문자에 대피 이유, 방법 등 알맹이가 빠졌다는 점을 시민들은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직장인 장모씨(32)는 "혹여나 이번 경보가 진짜 였으면 큰일 났을 법할 상황이 발생했다"며 "실제 전쟁이 벌어졌으면 이미 상황이 종결되고 문자가 왔을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경계 경보 방송이 나오는 데 뭐라고 하는 지 웅얼거려서 전혀 알아 듣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확인도 안하고 문자 보내나 ", 네이버까지 일시 먹통

시민들은 사실 확인이 서툰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직장인 윤모씨(28)는 "정부, 지자체가 경보 문자를 보내면서 제대로 사실 확인도 안했다는 사실이 가장 큰 문제"라면서 "어디로 대피해야 하고 출근 여부 등을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직장인 서모씨(30)는 "경계경보를 듣고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그냥 집에서 하염없이 인터넷만 검색하고 있었다"며 "어떠한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안내문이 없어 아쉬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불필요한 재난문자 수신을 줄이겠다고 선언해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행안부는 지난 25일을 기해 시·군·구 단위로 발송하던 재난문자를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하여 발송하는 등 재난문자 개선 정책을 시행 중이다. 그러나 개선 7일 만에 재난문자 발송 과정에서 혼선이 생기게 됐다.

이날 오세훈 서울시장은 입장 발표를 통해 "경위를 파악해보니 북한이 우주 발사체를 발사한 급박한 상황에서 행안부 지령방송 수신으로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민방위 통제소 담당자가 상황의 긴박성을 고려해 경계경보를 보냈다"며 "이번 긴급 문자는 현장 실무자의 과잉 대응일 수는 있지만 오발령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날 네이버 모바일 앱도 일부 접속장애가 발생해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오전 6시 43분부터 약 5분 가량 네이버 모바일 버전에서 접속 오류가 나타났다.
같은 시각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네이버 애플리케이션(앱)이 작동이 안 된다"는 등 불편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서울시가 보낸 위급 재난 문자에 대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이용자들이 몰리면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네이버 관계자는 "위급 재난문자 발송으로 인한 접속 트래픽 증가로 몇 분간 접속이 원활하지 않았다"며 "이를 인지한 즉시 비상 모니터링 대응 중이며 현재는 정상화 됐다"고 설명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박지연 김동규 노유정 임수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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