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과 딴판' 범죄자 사진… 경찰·정치권 제도개선 나섰다
2023.06.12 18:23
수정 : 2023.06.12 18:23기사원문
■언제 찍은지 알 길 없는데…
12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경찰청은 지난 1일 온라인 과외 앱으로 만난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의 신상정보를 공개했다. 안경을 쓰고 머리를 묶은 모습의 증명사진이 공개됐다. 정유정은 이후 2일 검찰 송치에서 마스크와 모자를 쓰는 등 현 모습을 숨긴 채 등장했다.
증명사진의 '실물과 딴판' 논란이 재점화된 것은 최근 일부 언론이 정유정의 고등학교 졸업사진을 공개하면서부터다. 해당 사진이 경찰이 공개한 증명사진과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정유정의 얼굴을 포토샵으로 수정한 사진들이 확산되기도 했다.
신상공개된 강력 피의자의 증명사진이 현재 모습과 크게 다르다는 지적은 매년 반복되고 있다. 최근 신당역 살인사건의 전주환, 택시기사와 동거녀를 살해한 이기영, 강남 납치 살해 사건의 주범들도 신상공개 당시 신분증 사진이 공개됐다. 하지만 촬영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거나 과도한 보정을 한 흔적이 역력해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흉악범 신상공개 결정 후 경찰이 통상 증명사진을 공개하는 이유는 현행법 때문이다. 법무부 및 행정안전부 유권해석이 내려진 2019년 11월부터 경찰은 피의자 신상 공개 시 사진도 함께 배포하고 있다. 당사자가 동의하면 수의를 입은 상태의 현재 사진(머그샷)을 찍어 공개한다. 문제는 여기에 동의한 피의자는 지금까지 단 1명, 지난 2021년 보복살해를 저지른 이석준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머그샷을 거부하면 경찰로선 신분증 증명사진을 공개할 수밖에 없다. 다만 신분증 사진이 언제 촬영·발급됐는지 등의 정보는 경찰 역시 별도로 관리하지 않고 있다.
<본지 2022년 10월 3일자 21면 참고>
■ 경찰·정치권 제도 개선 착수
강력 피의자 증명사진 실효성 논란이 거세지면서 경찰과 정치권의 제도 개선 움직임도 활발해지고 있다. 경찰청은 지난 3월 인권위원회 안건으로 '피의자 얼굴 등 신상공개 지침 관련 자문'을 올리고 제도 개선 논의에 나섰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경찰청 인권위원장)은 "흉악범의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할 때는 엄격한 잣대로 판단하되, 신상공개가 확정된 피의자에 대해서는 언제 찍었는 지 알 수 없는 수십년 전 증명사진이 아니라 머그샷을 포함한 최근 촬영된 사진을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로 경찰에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강력 피의자 신상 공개 시 현재 인상착의를 공개토록 하는 내용 등이 담긴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특정강력범죄법)' 개정안은 7건이 발의돼 있다. 여당 3건, 야당 4건을 발의해 여야 간 제도 개선 관련 큰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올해 초 검토보고서를 통해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재범방지라는 공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피의자의 절차적 권리와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완 장치 마련 등에 관한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