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착시' 걷히면 기업대출부도율 0.24%p 오른다.."銀 잠재손실 1.5조원"
2023.06.21 11:00
수정 : 2023.06.21 11: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금융지원 '착시 효과'가 걷힐 경우 은행 기업대출 부도율이 0.24%p 높아지고 BIS자본비율은 0.47%p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간 낮은 대출금리를 적용받았던 기업들이 '실제 위험'을 반영할 경우 이자 부담능력이 떨어져 취약기업으로 전락하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얼마나 부담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취약기업'의 여신비중은 중소기업의 경우 7.5%p가 상승했다.
2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신용 부문의 잠재리스크가 드러나 취약기업 여신비중이 증가할 경우 2022년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의 부도율이 0.24%p 높아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추가 대손충당금 적립이 필요한 예상손실은 1조5000억원, 자본금 적립이 필요한 예상외손실은 3조4000억원 증가했다. 자본건전성을 나타내는 BIS자본비율은 0.47%p 하락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로 기업대출에 '실제 위험'이 반영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팬데믹 기간(2020년부터 2021년까지)의 기업대출 가산금리와 팬데믹 이전(2000년부터 2019년까지)의 가산금리를 비교한 결과, 팬데믹 기간 가산금리가 장기 평균에 비해 1.06%p 낮았다. 특히 전체 기업의 70% 정도가 팬데믹 기간에 더 낮은 가산금리를 적용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중소기업이 금융지원 혜택을 더 받았다. 중소기업의 팬데믹 기간 가산금리는 장기평균에 비해 1.20%p 낮은 반면, 대기업은 0.25%p 낮은 금리를 적용받았다. 기업수 기준으로도 중소기업의 72%가 수혜를 받아 대기업 수혜비율(63%)을 웃돌았다.
이같은 코로나19 착시가 없어질 경우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취약기업 비중은 최대 7.5%p 늘어났다.
실제 위험을 반영할 경우 취약 중소기업 여신비중은 2020년 8.6%p, 2021년 7.5%p 늘었다. 취약 대기업 여신비중은 각각 3.1%p, 2.7%p 상승했다. 전체 취약기업 여신비중은 2020년 4.5%p, 2021년 3.9%p 올랐다.
취약기업 여신비중은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의 총차입금(금융기관 차입금+발행 채권)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 거시경제 여건이 나빠질 경우 은행들의 기업대출 부도율은 더 높아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고 금융부문 리스크가 커지면 2022년말 기준 은행 기업대출 부도율이 0.29%p에서 0.65%p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BIS자본비율도 0.6%p~1.2%p 하락할 수 있다. 은행들의 복원력과 자본건전성이 급격하게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기업데이터를 이용해 추정한 결과에서도 취약기업 여신비중이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나 잠재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았다"면서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가 종료될 경우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잠재 신용위험이 표면화되면서 대출 건전성 저하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한국은행은 "은행의 잠재 신용손실을 감안할 때 현재의 기업대출 건전성 지표는 신용리스크를 과소 반영하고 있을 수 있다"면서 "국내은행은 대손충당금과 자본금 적립을 확대해 손실흡수능력을 더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은행에 경기대응완충자본을 부과하기로 한 가운데 손실흡수능력을 강화하는 정책 방향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올해 1·4분기말 국내은행 기업대출 연체율은 0.34%,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51%다. 한국은행은 "양호한 수준"이라면서도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이 상승하는 데 대해 "잠재리스크가 표면화하고 있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